“너희는 귀한 존재, 늘 범사에 감사해라. 그리고 너희가 배운 사랑을 이웃에게 베풀어라”

인터뷰꿈둥지 박정희 대표(공동생활가정 시설장)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설날 아침에 예배드리는 모습

 

뱃속으로 낳은 아이 4명과 가슴으로 낳은 아이 13, 그렇게 17명의 엄마가 된 박정희 대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데 왜 굳이 이 일을 하냐?”고 물을 때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단다. 그녀와 아이들에는 그냥 일상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아이가 졸업하면 꿈둥지를 나가야된다며 불안하고 막막하다고 하기에 그녀는 국가의 법규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는 이렇게 말했단다. “그렇더라도 너는 내 자식이니까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여기 있어도 돼. 아무 걱정하지마. 만약 네가 취업을 못하게 돼도 내가 너를 돌볼 거니까 걱정하지 마. 괜찮아. 다 괜찮아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돌볼거야라는 17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녀. 서산시대는 다가오는 설 명절 특집으로 꿈둥지 박정희 대표를 만나 그네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꿈둥지 명절은 어떻게 보내나?

설날 아침 떡국 먹고있는 아이들

 

처음 (꿈둥지)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모두 끌고 시댁과 친정을 두루 다니며 함께 세배도 하고 세뱃돈도 받고 했다. 그랬는데 애들이 성장하다 보니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대식구가 움직이는 것도 여의치 않아 이제는 우리 집에서 설 추도예배도 드리고, 떡국도 먹고, 담소도 나누고, 여행도 가곤 한다. 그럼에도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는 늘 눈치가 보이는 대목이다. 명절 전에는 긴장돼서 습관적으로 전이나 떡 등을 많이 만들어 다문화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아이들 편에 들려 보내는데 정작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은 음식을 들고 갈 곳이 없어 굉장히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하는 것이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 명절 전에 미리 뭘 할 것인지 자기들끼리 계획을 세우라고 하고 가정으로 돌아갔다가 오는 아이들 일정에 맞춰 23일 여행을 떠나곤 한다. 때로는 가까운 바닷가를 갔다가 칼국수도 먹고, 영화도 보고, 윷놀이도 하고, 뒹굴뒹굴 하기도 하고.......

명절 때 집으로 가는 아이들은 돌아와서 세뱃돈 자랑을 한다. 남은 아이들도 나도 세뱃돈 받았다는 자랑을 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게 세뱃돈도 준비하고. 그러다보니 정작 집에 가야하는 일부 애들이 집에 가기 싫다고 까지 한다.

 

Q 꿈둥지를 시작하기 전에 상당히 힘들었다 들었는데?

명절에 떠난 여행에서 아이들이 군밤을 먹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좋은데 처음 3년 동안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교사 한 분에게 주는 월급조차도 힘들었던 형편이었다. 그래서 목사님(남편)에게 못하겠다고 했다. 나보고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건지, 어디로 보낼 것인지 아이들 모두에게 직접 의사를 일일이 다 물어보고 대책을 세워 오라고 하더라.

알겠다고 말하곤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기는 너희가 보기에도 비좁고 시끄럽지 않냐. 다른 곳을 소개시켜 줄 테니 그곳으로 가면 어떻겠냐. 가면 좋은 집도 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안 간다고 하더라.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크게 뉘우쳤다.”

그때부터 힘들어도 서로 손 마주잡고 함께 노력하면서 긴 터널을 조금씩 빠져 나왔다. 시간이 약이라고 지나고 보니 또 이렇게 아름다운 둥지가 만들어 지더라. 꿈둥지(여자아이들)와 행복한 둥지(남자 아이들)가 우리들의 보금자리다.

 

Q 가장 마음에 걸리는 아이는?

설날 윷놀이 모습

 

남자아이들의 행복한 둥지에 형제가 함께 있다. 올해 21살이 된 형이 세상 밖으로 나가야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도저히 보낼 수가 없다. 아버지 죽음을 두 형제가 같이 맞이한 것 같은데 작은 아이보다 지적장애를 가진 큰 아이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늘 걱정스런 아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큰 아이를 25살까지는 데리고 있을 예정으로 서산시의 심의를 거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형 걱정에 시무룩하게 있는 동생에게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형을 돌볼 테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만약 나가더라도 언제든 돌봐줄 수 있도록 멀리 나가게 하진 않을 거라고 말해 놓기도 했다. “무슨 일 있으면 상의하고 나누자고 말했는데 이제는 안심하는 눈치다. 이처럼 큰 아이는 늘 목에 걸려있는 가시마냥 아픈 아이다.

 

Q 꿈둥지를 하게 된 계기는?

설날에 떠난 청양 알프스마을에서

 

처음 서산에서 서산석림사회복지관 옆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그때 한 부모 아이들이나 조손가정 아이들이 많이 놀러왔다. 그러다 보니 복지관 시설이 워낙 협소해 우리 교회에서 이 아이들에게 1주일에 3, 잠시 학습지도를 하게 되었는데 3번은커녕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이 오는데 (학습지도)종료되어도 우리에겐 종료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계속 오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와서 놀아라고 하며 더울 땐 아이스크림도 사다 주고, 국수도 비벼 먹으며 무료 공부방을 운영했다.

그냥 한 식구였으니까. 땟물이 묻은 소매를 보면 목사님은 일일이 솔로 아이들 옷을 문질러 빨아 드라이기로 말려주는가 하면 머리에 이도 잡아주고 수시로 약국 가서 이약을 잔뜩 사다 뿌리고 감기고 했었다.

그렇게 2년이 경과되고 3년째 되는 해에 지금의 장소인 서산시 동서1152-15방과 후 푸른교실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공부방을 하면서 위기가정 아이들이 돌출되더라.

지금도 기억나는 한 아이가 있다. 이혼을 하면서 아빠 손에서 크던 아이였는데 심장병 2차 수술을 하고 3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날 아이 아빠가 친인척도 없다 보니 혼자서 아이 키우기가 벅차다. 집에서 관리도 안 되고...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될까봐 두렵다. 보육원 좀 알아봐 달라고 하더라. 그때가 2005년도, 그냥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그리고 2006년도에 꿈둥지를 틀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후 아이는 무사히 3차 수술을 하고 가정으로 복귀했다.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가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Q 꿈둥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나?

 

서산여중 복지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우리 아이의 교복을 한 벌 지원받았는데 그때 후원자 분이 꿈둥지가 뭐하는 곳이지?”라고 아이에게 물었고, 너무 궁금한 나머지 그분은 연락을 하고 직접 찾아 오셨다. 그때 차 한 잔을 대접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이런 곳도 있었냐. 그동안 몰랐다. 왜 알리지 않았냐며 눈물을 글썽이더라. 사실 알리지 않았었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시설아이라고 놀림 받을까봐 그게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분은 너무 어려운데 알려야 하지 않겠냐며 지속적인 후원과 함께 직접 그룹홈을 주변에 알려주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지난해에는 그룹홈을 돕겠다며 직접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후원자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

 

Q 부모님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하나하나 부모님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어떻게 성장을 했고, 지금은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그러고 보니 아빠가 혼자 키우는 친구가 생각난다. 6학년 여자아이였고 생리를 하지 않았는데 아빠가 데리고 가겠다고 하시더라. 그때 아버님 아이가 아직 생리를 안했어요. 데려가는 건 괜찮은데 생리를 하고 뒤처리까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교육까지만 저희가 할게요. 그리고 난 후 데려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했더니 그러자고 했다.

 

Q 연중 가장 바쁜 달이 있나?

 

3월이 가장 바쁘다. 지금은 방학이라 괜찮은데 그때가 되면 우리 애들을 위해 상담을 하러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아진다. 나에게는 어떤 선이 있는데 우리 아이를 바라볼 때는 이런 눈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들을 선생님들께 들려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일반가정의 아이들이랑 똑같이 대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특혜를 주려하지 마세요. 불쌍한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우리 아이는 이렇게 해도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미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단단한 근육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Q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얘기는?

설날 아침 아이들이 세배를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수시로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너희들은 귀한 존재며 선택받았기 때문에 늘 범사에 감사해라. 그리고 너희가 배운 사랑을 꼭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라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애들은 곧바로 수긍한다. 그만큼 우리 애들은 마음 씀씀이가 둥글둥글하다.

지난번에는 초등학교 아이가 꿈둥지에 산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해서 그런 거 말하지 말지 그랬어라고 했더니 맞잖아요. 우리 집이잖아요해서 울컥한 적이 있다.

처음 꿈둥지에 들어올 때 경계했던 모습이 1년이 지나면서 어느 사이엔가 이렇게 편안하게 웃으며 안정적인 모습이 되어간다는 것이 고맙다.

 

글을 마치며

 

처음 우리집 막내가 들어올 땐 울면서 들어왔는데 이제 명절이 끝나고 집에서 돌아오면 멀리서부터 뛰어 들어와 내 품에 안긴다는 17명의 꿈둥지 엄마 박정희 대표. “7(꿈둥지 7, 행복한 꿈둥지 7)이 법적 정원인지 이제 알겠어요. 제 품에 쏙 다 들어오거든요. 표정만 봐도 뭔 일이 있는지 다 알아요.”

인터뷰 말미에 꿈둥지 박정희 대표는 현재 13명의 아이들이 11악기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잘 한 것이 악기를 가르친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정을 맞은 초입 지점, 이제는 모두가 서로를 위해 다독여주고 사랑해주는 일만 있기를 서산시대는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남은 날 가운데 오늘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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