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

장하영 장기프로

 

장기에 함정수라는 용어가 있다. 장기를 두어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나중 더 큰 이익을 노리고 있는 수를 말한다. 실수로 기물을 희생하는 듯싶지만, 사실은 더 큰 노림이 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장기를 둘 때 상대가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바둑만 하더라도 함정수라는 용어가 잘 쓰이지 않고 승부수라는 용어가 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농포작전에서 함정수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시작도>

 

<시작도>를 보자. 귀마 대 귀마 포진에서 서로 양쪽 졸을 쓸고 초에서 마를 올리니 한도 마를 올렸다. 그러나 한이 우진마가 아닌 좌진마를 올려 귀마로 들어갔다. 보통 우진마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초는 재빨리 88의 우진포를 38로 보내 곧바로 한의 병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농포전의 시작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이 83의 우진포를 88로 상대진영에 들어갔다. 지난주 농포작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지난주는 초가 농포를 시도하자 한이 수비적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고 이번 주는 한도 적극적으로 역농포에 가담하는 공격적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시작도>에서 한 진영은 초의 38에 있는 포가 34의 병을 잡을 테면 잡아보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만일 초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포의 요구사항을 따라주면 어떻게 될까?

다음 <진행도-1>를 보자.


<진행도-1>

시작도에서..

1. 초 38포->34 한병 잡음  2. 한 23포 -> 93  3. 초97졸->87  4. 한71상->94  5.초90차->80

6. 한 88포->85  7. 초28포->88  8. 한54병->44  9. 초34포->38  10. 한93포->13

이로서 초차가 잡힐 위기에 처했다.

장기판에 직접 놓아가며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한의 정확한 수순에 의해 초차가 거의 잡혀있는 형국이다. 10의 초차가 14의 한병을 잡자니 13의 포가 53으로 넘어가 장군을 부르면 초차가 잡힌다. 27의 초졸이 17로 가도 한은 다시 14의 병을 24로 보내어 초는 다시 17의 졸이 27로 간다. 이때 한은 13의 포가 53으로 넘어가 장군을 부르니 역시 차가 잡힌다. 애초에 초포가 34의 좌진병을 잡았던 게 문제수였긴 했으나 8수에서 54병이 4434 초포를 노렸을 때 희생했어야 하였다. 한은 함정수를 파놓고 기다린 기가 막힌 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다음 <진행도-2>를 보자.

 


<진행도-2>

시작도에서...1. 3834 한병 잡음 2. 2393 3. 9787 4. 7194

5. 9080 6. 8885 7. 2888 8. 9313 9. 1014 한병잡음10. 5444  11. 8858 장군  12. 5242 멍군 13. 8090   14. 4434 초포 잡음  15. 1434 한병 잡음

이번에는 <진행도-1>과 비슷하나 수순 8에서 한병이 포를 노리지 않고 바로 93포가 13으로 넘어가 초차를 노리는 경우의 변화도이다. 종국도를 보면 일단 34의 초차가 매우 중요한 위치에 가있고 한의 차의 진출로는 전반적으로 막혀있고 모양상 한이 우형이다. 따라서 점수로만 보면 초가 큰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으나 모양상 충분한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초가 해볼 만한 형세라고 할 수 있겠다.


 

정리

장기를 둘 때 함정수를 조심하자. 소위 공짜로 주는 기물에는 뭔가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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