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기... 집중과 계획, 주변인과의 상호 교류가 극복의 길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재학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재학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전리품도 모았다. 각종 시상식에서 연이은 수상 행진에, 누적 매출 279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개봉 이후 그 흥행세가 식을 줄을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역시 기생충이다. 벌써 수십 번은 보았다. 볼 때마다 질리지 않는 신선함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그 속에 많은 메시지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며칠 전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찾은 메시지가 바로 계획이다. 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숨어있는 계획의 개연성을 찾아내며 메시지를 해석해준다. 영화에서 아들(최우식)은 아버지(송강호)에게 묻는다. “아버지, 아까 말씀하신 계획이 뭐예요?” 아버지는 답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출처 기생충
출처 기생충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현실 사회에서 느끼는 사회적 격차에 대한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계획은 아무리 실천해도 간격을 좁힐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해줄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서 두 부자(父子)의 대화가 예리한 표상(表象)처럼 가슴에 파고든다.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라는 아버지(송강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찬동하였다. 어차피 이루지 못한다면 계획 없이 임시방편 격으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해 이맘때면 어김없이 계획을 세우며 다짐의 시간을 갖는다. 본인도 나름의 계획을 잡아 보았다. “논문은 10편 이상 기고하고, 책은 2권정도 출판하자. 영어회화 공부를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하고,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상 하자. 매 주마다 책 한권은 꼭 읽기로 하고.”

물론 내가 세운 계획은 반도 성공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만족한다. 대성(大成)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올 한해 실패한 계획들은 내년에 또 세우면 그만이다. 이를 사회과학으로 해석해보자.

인간의 모든 행동은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1).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 내고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극복하려 노력한다2). 이런 연구에서 등장하는 심리변수는 바로 희망이다. 희망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인간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생애주기 동안 긍정 혹은 부정적인 사건들을 맞닥뜨린다.

특히 중년기쯤 되면 누적된 생활 사건들이 집적되어 위기에 직면한다. 사회적 구조의 한계에 부닥치고 감정 쓰레기통으로 얼룩진 직장생활을 간신히 버텨낼 것이며, 희망수준은 이미 절망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논문에서 이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타인과의 관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희망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과학 연구는 환경적 배경이나 특성, 주관적 개입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단순히 관계성에서만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없다. 다만 시대흐름이 개인주의·이기주의적 성향으로 흘러감에 있어서 희망관계성이 미치는 영향력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문제이다.

단순히 신분 격차를 좁히고자 목표를 세운다면 그것은 끝이 없다. 이들은 사회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하염없이 호소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내 주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희망을 상호 교류해보는 방법! 전부 이루지는 못 할수도, 아니 실패해도 좋으니 이번 새해부터 거창한 계획 한번 세워볼만 하진 않을까?

 

참고문헌 1. 이임순 & 김봉환. (2019). 중년성인의 생활사건 경험이 희망에 미치는 영향, 관계성의 조절효과.

2. Snyder, C. R., Rand, K. L., & Sigmon, D. R. (2002). Hope theory: A member of the positive psychology family. In C. R. Snyder & S. Lopez(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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