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우리 몸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은 주로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담당합니다. 대부분의 신경계는 스트레스에 빠르게 대응하지만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괴롭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둔감해져서 참을 만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면 내분비계는 대응이 느리지만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처리합니다. 출혈에 의해 혈압이 낮아지면 레닌renin이라는 효소가 분비되고 레닌은 부신피질에서 소변량을 줄이는 알도스테론aldosterone’을 분비시킵니다.

소변량을 줄여서 출혈로 부족해진 혈액을 보충하려는 속셈입니다. 알도스테론은 출혈로 부족해진 혈액을 거의 완벽하게 보충하므로 이러한 대처가 바람직해 보이지만 앞서 말했듯 신경계와는 달리 작동이 매우 늦습니다.

따라서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함께 일한다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최적의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신경계가 류현진과 같은 선발 투수라면, 내분비계는 오승환과 같은 마무리 투수인 것이죠.

우리 몸의 분비기관은 내분비기관과 외분비기관으로 나눠집니다.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 효과를 나타내므로 원격조정기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호르몬이 아무 장기에서나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장기 중 그 호르몬의 수용체가 있는 장기에서만 작용하며, 성호르몬에 의해 남자 여자가 결정되듯이 아주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나타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리모컨의 작동 원리는 호르몬과 유사합니다.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다니듯이 리모컨은 공기를 통해 멀리 떨어진 텔레비전에 정보를 보냅니다. 호르몬이 자기 수용·체에서만 작용하듯이 삼성 리모컨이라면 LG 텔레비전에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내분비기관과는 달리 외분비기관은 자기만의 관(통로)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분비기관이 호르몬을 혈관으로 분비하는 것과는 달리 외분비기관인 침샘, 땀샘, 위액샘 등은 침샘관, 땀샘관, 위액샘관을 통해 외분비라는 이름 그대로 몸 바깥쪽으로 분비합니다.

내분비질환 1, 2위는 당뇨병과 갑상선질환입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신체 발육뿐 아니라 뇌와 신경계 발달에도 관여하므로, 성장기에 기능이 저하되면 키도 작고 지능도 낮아지는 크레티니즘cretinism에 걸릴 수 있습니다. 혈중에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시상하부에서는 갑상선

유리호르몬이, 뇌하수체에서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이어서 갑상선에서는 갑상선호르몬이 차례로 분비되어 갑성선호르몬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합니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일과 함께 갑상선을 크게 만드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의 주원료는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요오드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해조류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몽고나 아프리카 내륙 지방과 같이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해조류 섭취가 부족해 갑상선호르몬과 관련된 심각한 질환이 발생하곤 합니다.

요오드를 적게 섭취하면 갑상선호르몬의 생성이 줄고 이에 따라 갑상선 유리 및 자극 호르몬이 증가되지만, 몸속에는 요오드가 없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이 아닌 갑상선 유리 및 자극 호르몬만 계속 분비됩니다. 갑상선 크기는 큰 데 비해 기능은 저하된 상태가 됩니다. 이는 갑상선 자극호르몬이 갑상선의 성장에 관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요오드의 섭취가 적으면 적을수록 갑상선의 크기는 점점 커집니다.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역국에 김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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