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유도제-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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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유도제-㉚
  • 서산시대
  • 승인 2020.01.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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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를 처방보다 수면유도제로 시작... 억지로 눕지 말라

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소싯적 시절이지만 제법 상념(想念)을 가졌을 나이였다. 조숙한 고민과 번뇌는 늘 내 마음속 고요와 평화를 귀퉁이로 밀쳤다. 잠자리에 들면 난 자연과학적 사색가로 변신하였다. 때론 철학자가 되기도 하였다. 고등학생 시절 내 최대 난제는 우주의 기원 문제였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태곳적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공간에 물질이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원천적으로 공간과 시간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우주가 하고 폭발하여 현재까지 확장하여 왔다. 폭발 순간의 우주는 오직 수학으로만 들여다볼 수 있다. 난 우주가 폭발하는 순간 바로 그 시점을 이해하려고 부단히도 애썼다. 단 하루도 아니었고 몇 개월 동안 그랬다. 잠자리에 누우면 조용하지 않은가. 생각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심장이 뛰었다. 뭔가 알 듯 말 듯 한 그런 세계에 접근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은 설쳤고 동이 텄다.

중학생 시절 때였다. 쌀알을 관찰하다가 문득 가장 작은 입자의 정체를 캐고 싶어졌다. 모래알, 밀가루보다 더 작은 입자는 어떠할지 말이다. 그러던 중 잠자리에서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물질이 모여 산더미만큼 쌓인다면 그 안에는 몇 개의 입자가 있을까. 이는 단순한 셈과 계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는 유한하지만, 무한개의 입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입자크기가 무한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그때 무한의 개념을 내 방식대로 어렴풋이 감을 잡았던 것 같다. 무한은 수학자들도 다루기를 두려워하는 소위 끝없는 수가 아니고 우리 이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숫자일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다만 그 당시 내 식견으로서는 최선의 결론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난 어릴 적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최고의 연구실(?)로 활용하여 왔다. 그러다보니 습관이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한두 시간 뒤척여야 잠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 한잠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다행이랄까. 이러한 습관은 군 복무 이후 고된 일과를 보내면서 사라졌다. 요즘은 직장 일이 바빠서 그런지 누우면 곧바로 잠이 든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누구든지 일시적인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이 수면유도제이다.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와 다르다. 수면제가 수면유도제보다 약효가 더 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지만, 수면유도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수면유도제(아론)는 근본적으로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이다. 따라서 콧물감기나 비염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어찌한 영문인지 수면유도제로 쓰이고 있다. 왜 그럴까?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인 진정작용(졸림)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약효는 일반 수면제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하지만 내성이 수면제보다 심각하지 않다. 그러므로 불면증이 있을 때 무작정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보다는 수면유도제를 먼저 복용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외에 생약 성분으로 만들어진 수면유도제(레돌민)도 시판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이 있다. 레돌민이라는 생약은 이러한 물질의 합성을 정상적으로 바꾸어준다. 참고로 우유에도 수면물질이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우유를 살짝 마시는 것도 좋겠다.

독자들은 잠이 오지 않을 때 마법의 자장가로 양 숫자세기를 배웠을 것이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숫자를 세는 정신 작용 자체가 뇌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차라리 구름 사이 멋진 경치를 상상하는 편이 낫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끊어버리는 게 그리 쉽겠는가. 차라리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 책을 읽다 보면 졸릴 것이다. 그때 자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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