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과 지방은 탄소c, 수소H, 산소O로 이뤄져 있고, 단백질은 여기에 질소N가 포함돼 있습니다. 탄소, 수소, 산소는 대사를 마친 뒤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이 되어 호기 가스로 배출됩니다. 그러나 질소는 기화될 수 없기 때문에 요소(NH).co가 되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그런 이유로 대변을 2~3일간 보지 못하면 변비로 그칠 수 있지만 소변을 하루 종일 보지 못하면 요소로 인한 요독증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작은 변인 소변이지만 대변보다 훨씬 위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단백질을 섭취한 뒤 질소를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어류는 질소를 암모니아NH3로 만들어 아가미로 배출합니다. 암모니아는 수용성이며 독성이 강하지만, 생성에너지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알 속에 있는 어류의 새끼들도 자기가 생성한 암모니아에 의해 해를 입을 수 있지만 얇은 껍질을 통해 내보낼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파충류와 조류는 질소를 요산C5H4N4O3으로 만듭니다. 요산은 물에 잘 녹지 않고 독성이 없지만, 만드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파충류와 조류가 딱딱한 껍질 속의 새끼를 생각해 에너지가 들더라도 독성이 없는 요산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혹시 머리에 새똥을 맞아본 적이 있나요? 새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하얀색의 것들이 보이는데 이것이 요산입니다. 새들은 대소변을 함께 보기 때문에, 새똥 속에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산이 보입니다.

 

오줌을 만들어내는 네프론의 구조
오줌을 만들어내는 네프론의 구조

오줌은 네프론nephron에서 혈액이 걸러져 만들어집니다. 네프론은 사구체, 보먼주머니, 세뇨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변형된 실핏줄인 사구체는 혈액 내 여러 가지 물질을 여과시켜 보먼주머니를 통해 세뇨관으로 내려 보냅니다. 사구체에서 물질이 여과될 때는 여과의 여부가 크기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몸에 필요한 물질이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안타깝게 여과될 수 있습니다. 또 해로운 노폐물인데도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걸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수로 홀러간 물질들은 세뇨관에서 교정됩니다. 작다는 이유로 잘못 여과된 이로운 물질은 세뇨관 주위에 있는 혈관으로 재흡수되며 크다는 이유로 걸러지지 않아 혈관에 남은 노폐물은 세뇨관으로 분비됩니다. 물의 경우 사구체에서 여과된 양의 99퍼센트가 재흡수되는 것을 보면 이 시스템의 에너지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좀 더 진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물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소변량을 줄이는 작용을 합니다. 술이나 커피를 마신 후 소변을 많이 보는 이유는 알코올과 카페인이 항이뇨호르몬의 분비를 억제시키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2~3시간마다 소변을 보지만 자고 있는 동안에는 소변을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자고 있는 동안에 항이뇨호르몬이 많이 나와 소변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소를 포함한 노폐물의 배출량은 변하지 않으면서 소변 양만을 줄이기 때문에 자고 난 뒤 보는 소변의 냄새가 평소보다 지독합니다. 물론 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처럼 소변을 자주 본다면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항이뇨호르몬이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기특합니다.

혹시 요붕증이라는 병을 들어봤나요?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요붕증에 걸립니다. 정상인은 하루에 약 1.5리터의 소변을 보지만, 요붕증에 걸리면 10리터를 넘게 보기도합니다. 정상보다 소변을 7배 정도 보는 것이니,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 있다가 가끔 볼일을 보러 나오는 것이 더 편할 정도입니다.

1669년 헤니히 브란트Hennig Brandt는 소변과 황금의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소변을 증발시켜 황금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변을 증발시켜 얻은 분말 속의 인산이 가벼운 충격에도 발화된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은 후에 성냥을 발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계획에 없던 연구에서 기상천외한 결과를 얻어 노벨상과 같은 큰 상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소변에는 우로키나아제urokinase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우로키나아제는 혈액응고 산물인 피브린fibrin을 녹이기 때문에 혈전 치료제로 이용됩니다. 혈관에 지방과 혈액응고 산물이 쌓여 생기는 동맥경화도 우로키나아제로 치료합니다. 예전에는 남자 공중화장실에 소변을 모으는 통이 있었습니다. 우로키나아제를 얻기 위한 것이

었습니다.

쇠똥구리가 초식동물의 똥을 동그란 경단으로 만들어 그 속에 자기 알을 낳는다거나, 제주도의 흑돼지가 사람의 똥을 먹고 산다고 흉보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가 소변을 통해 우로키나아제를 얻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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