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항나 옷감처럼 연한 노란색 겹꽃 펴

▲ 음암면 율목리 2구 김대영 어르신 천련초 밭

백련초는 제주도에서 자생하고 천련초는 육지가 고향이란다.

천련초는 키가 4m 정도이고 영하 30~40도에서 얼어 죽지 않는 다육 식물이며 반면에 백련초는 키가 월등하게 크며 추위에 약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우리 동네에 손바닥 선인장을 취미 삼아 화분에 기르는 아줌마가 있었다. 어느 날 여름에 가보니까 손바닥 선인장은 꽃이 피었는데 옛날 물항나 옷감처럼 연한 노란색 겹꽃이 피었다.

꽃 색깔을 보고 한눈에 반한 나는 선인장 하나를 얻어다 심었다.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몸만 쭈글거리다. ‘참 지독한 것’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화분에서 많이 자라난 것이 싫어서 떼어서 버렸다. 뿌리가 없어도 살았다.

그런데 선인장 꽃은 하루살이 꽃이었다. 아침에 피어 해가 대지를 석양으로 흩뿌려 놓으면 화려함도 잠시 꽃송이째 떨어진다. 하루 사이에 벌과 사랑을 얼마나 즐겼는지는 몰라도 열매가 맺어서 조금씩 크기 시작했다.

관광차 제주도에 갔을 때 거기서는 백련초 열매만 팔았다. 천련초와 백련초는 사촌 격이지만 고향이 다르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런데 요즘 천련초를 재배하는 분이 있다고 해서 기자는 단걸음에 달려갔다. 천련초의 출처가 궁금했다. 천련초를 재배하는 분은 음암면 율목리 2구 김대영 어르신.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8년 전에 귀촌을 하여 천련초를 심어 성공하신 분이다. 시내와는 거리가 먼 곳, 어느 농촌 마을과 똑같이 벼가 알알이 누렇게 익어가고 밭둑에는 수수 모가지가 참새 때문에 그물망을 쓰고 있고 알밤 삼형제가 후드득 어느 집 고추밭에 떨어지는 오후다.

입구에 들어서니까 어르신은 밭에서 일하시다 말고 반갑게 맞이하신다. 천련초 구경을 하러 왔다고 하자 밭으로 안내한다. 아직 덜 익은 천련초가 밭을 꽉 메웠다. 이런 진풍경을 본 것은 처음이다.

천련초는 가시가 많아서 잡초 뽑기도 어려워서 잡초가 나지 못하도록 그물망으로 바닥을 덮었다. 곳곳에는 허수아비도 서 있다. “왜! 허수아비를 세워 놓았어요? 하고 묻자 짐승들이 돌아다니면 열매가 떨어지는데 허수아비를 세워 놓으면 짐승이 안 들어온단다.

서산·태안 전 지역을 돌아봐도 천련초 심은 곳은 어느 한 곳도 못 보았다. 여름에는 꽃을 보고 열매, 뿌리줄기 조차 버릴 것 하나 없이 주로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아직은 천련초를 따기엔 조금 일러서 다 다음 주부터 따는데 우비를 입고 가죽장갑을 끼고 딴다고 하니 얼마나 어려울까. 그러잖아도 더운데, 우리들 벼농사에 비하면 게임도 안되는 농사인 것 같다.

우리 집에 하나 얻어다 심은 것이 바로 천련초였다. 열매는 달착지근한 것이 먹을 만한데 씨가 많은 것이 흠인 것을. 천련초는 한국토종으로 쉽게 말해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한다. 당뇨나 성인병에 탁월하고 치매를 억제 하며 몸속의 피를 맑게 해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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