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톨스토이의 참회록에도 흰 쥐, 검은 쥐가 나온다. 톨스토이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

한 나그네가 위험한 광야를 홀로 지나가는데, 햇볕은 내리쬐고 목은 타 들어갔다. 이때 사자가 잡아먹으려고 나타났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줄행랑을 치다 마른 우물로 뛰어 내렸다. 다행히 한참을 떨어지다 가냘픈 나뭇가지에 턱 걸렸다. 발밑에서는 수많은 독사들이 붉은 혀를 날름거렸다.

위로는 사자, 바닥엔 독사들. 진퇴양난이다. 그런데 어디서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다. 우물 벽 사이로 흰 쥐와 검은 쥐가 교대로 들락거리며 나그네가 겨우 의지하고 있는 나무의 밑동을 갉아 먹는 것이었다. 여기서 흰 쥐는 낮, 검은 쥐는 밤을 뜻한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사자 피하고 독사 피하면서 평생 낮과 밤, 흰 쥐와 검은 쥐 드나들 듯 시간이 다 소진되고 나면, 결국 매달렸던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인생은 끝이 난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인생이 그러하듯이 요지경 속이다.

농사라고 텃밭 규모이지만, 글을 쓰는 고단함을 잊어 보고자 집을 성연면 외딴 곳에 마련하고 살았던 적이 있다. 주변이 산과 들로 둘러 쌓인 외딴 집이라서 그런지 서생원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왔다. 웬만큼 무던한 필자라지만 자다보면 누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서생원들의 장난이다.

누워 책을 읽다보면 눈이 서로 마주치고, 땅콩이며, 고구마 같은 알량한 식량은 나눠먹기 일쑤다. 하다못해 길 잃은 고양이를 분양 받아 왔다. 이름은 그냥 냥이라 짓고 서생원들로부터 나의 귀찮음을 피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웬걸 고양이라는 동물이 서생원들과 친분이 쌓였나 보다. 그렇게 서로서로 양보해 가며 한 2년을 보냈고, ‘냥이가 뒷동네 암컷 고양이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면서 우리들의 공생 관계는 끝이 났다.

쥐는 다산(多産)과 근면, ()와 재물을 상징한다. 동물들의 질주에서 열심히 뛴 소의 머리에 앉아있다가 뛰어내려 1등을 차지한 영리함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꼬리만 빼면 초롱초롱한 검은 눈이 예쁘다.

올해는 경자년(庚子年)으로 육십간지 중에서 서른일곱번째 해이다. 천간인 경()희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지지인 자()는 쥐띠를 뜻한다. 따라서 2020년은 흰쥐띠 해이다.

2019년을 마감하면서 국회는 타협과 상생보다는 대결과 장외투쟁을 예고하는 분열의 모습으로 끝났다. 국민들은 벌써부터 경자년(庚子年) 2020년이 불안하다. 흰쥐 띠 해라고 해서 없던 지혜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부와 재물이 저절로 쌓이는 것도 아닐테니 정치나마 속 시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물을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 바다를 뒤집는 태풍은 평소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열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서 발생한다. 전제국가에서는 민란으로, 민주국가에서는 이를 선거로 표현하기도 한다. 올해에는 정치가 정치다웠으면 한다.

올해는 다산(多産)과 근면의 상징답게 좀 더 부지런하고, 좀 더 많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서로 싸우다 다 소진하고 나면, 결국 우리가 매달렸던 나뭇가지는 쥐가 갉아 먹는 탓에 부러지고 만다. 성연의 시골 생활의 고양이와 서생원들처럼 본성이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함께 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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