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①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재학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재학

지긋이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본다. 한 여자 아이가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이 어슴푸레하다. 숫자가 신기한 듯 삐뚤빼뚤 흉내 내고 있다. 고사리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글자는 관심 밖인가 보다. 만화책도 필요 없다. 숫자와 셈이면 그만이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과로 갈지 문과로 갈지는 이미 택일(擇一)의 문제를 떠났다. 오직 이과 계열로의 직행이다. 대학전공은 학, 석사 모두 컴퓨터공학이다. 직업도 공학계열을 선택했다.

직장을 갖은 이후 내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의 공명(共鳴)체였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무엇을 바라보았기에 온 힘을 다해 쏟아 부었을까. 지금 내 나이 불혹에 이르렀다. 마음 속 뜨락에 앉아 지난날을 반추해본다. 내성을 촉촉이 채울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의구심이 든다. 내가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둥지 튼 이 업계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실로 겁이 날 뿐이다. 갓 대학교를 마치고 들어오는 신입들의 스펀지 같은 습득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보라. 이들을 보며 깊은 자괴감에 빠지는 내가 안쓰럽다. 더군다나 지금은 4차산업 혁명 문턱에서 창의와 변혁이 긴요한 시대가 아닌가. 솔직히 고백하겠다. 과학기술의 발전만큼 내 두뇌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 시대에 총아(寵兒)로 살아남기 위해 내게 남은 것은 능란함과 적응력뿐이다.

그때 내가 접하게 된 학문이 사회과학(Social Science)이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慧眼)만이 노년에 깃든 쇠약함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회과학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공대에서 다루었던 논문들은 실제 개발한 결과를 가부 또는 흑백논리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사회과학 결과는 불명확한 언어 유희적 술수로만 느껴졌다. 구태여 증명하지 않더라도 자명한 결과로만 보였으니까. 예를 들어보자. 이를테면 우울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라는 주제의 논문이 있다. 뻔한 결과 아닐까? 우울한 사람이 자살률이 높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논문은 그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문에는 시대흐름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매체를 통해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는 알 수 있으나 사회적 동태는 읽을 수 없다. 바로 그 흐름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떠한지는 사회과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사회과학은 논문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이라고 한다.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를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지적 학자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본인은 근래 이슈가 되는 사회현상을 논문으로 바라보고 시대의 흐름을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려 한다. 이를 통해 사회현상과 이론의 소통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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