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포 앞바다

안면도 방포 앞바다 은빛 모래밭이 은하수별처럼 햇빛에 반짝이는 것은 어쩌면 수천년 동안 바다만 바라보며 서 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에 담긴 변이된 장자못 전설 때문인가 어찌 보면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애절한 기다림이 서 있는 것 같아 짠하다

 

출렁이는 파도에 안긴 채 저녁노을 바라보는 할미 할아비 바위, 수평선에 걸린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일 즈음 갈매기 떼 날으는 백사장에는 아쉬움보다 내일을 기약하는 포구의 배들이 세월을 배웅하고 있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수락산 기슭에서 이사 온 천상병이가 막걸리 한잔에 귀천을 읊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손자를 기다리는 할미 할애비의 염원이 담긴 간절한 소리 같기도 하여 쓸쓸한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럴 때는 상병처럼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세월을 낚는 거야! 상병이가 수락산에서 안면도까지 껍데기만 온 것도 아마 그래서 일거야 철썩철썩 때리고 때리는 세월을 읊고 싶어서 온 거야

 

반짝이는 모래가 있는 방포 앞바다 모퉁이에 백 년 넘게 서 있는 꾸지뽕나무, 꾸지람이 아닌 막걸리 한잔 먹자고 나를 부르는 것 같아 편안하게.

 

천윤식(지곡문학 회원)

※월간 시사문단 2020년 시부문 신인상 수상 예정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