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약은 미리 챙겨 먹는 게 좋지만, 졸리거나 입 마름의 부작용이 있다!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필자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다. 학창 시절 서울에 가면 빌딩 층수나 세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 서산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이 25층 영진 클로버 아파트였다. () 사람이었던 난 그 아파트조차도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그런 나에게 서울 종로에 즐비한 마천루들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시골 사람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차멀미 때문이었다. 어릴 적 차 타던 기억을 꺼내면 지금도 울렁거린다. 멀미가 얼마나 심했는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새 차의 진한 방향제만 맡아도 멀미를 하였다. 특히 봉고차를 타면 5분도 채 안 가 울렁증이 시작되었다. 화물차는 괜찮았다. 진동은 심했지만, 앞면 시야가 터서 별문제가 없었다. 버스 뒷자리는 멀미하기 쉬운 자리였다. 그래도 눈 감고 잠들면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멀미에 최강의 쥐약인 자리가 있었으니 봉고차의 뒤집힌 좌석이었다. 봉고차 자체가 멀미하기 쉬운데 진행 방향과 거꾸로 앉다니. 그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자리였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는 여학생들을 배려해주는 문화가 강해서 남학생들은 봉고차에 거꾸로 앉아 차멀미로 고생하였다.

그런 나에게 멀미약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멀미약 맛이 이상하여 먹고 싶지도 않았다. 멀미약을 먹으면 오히려 멀미가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멀미약의 정체가 알쏭달쏭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 63빌딩 여행에서 멀미하지 않았다. 비법이 있었다. 이름하여 배꼽 파스였다. 파스를 붙이면 시원하니 배꼽 부위에 붙이면 배도 시원하고 울렁증도 가라앉을 것이라는 어른들이 내려주셨던 극약처방이었다. 위약효과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성공하였다. 필자는 그 뒤로 중학교 졸업 때까지 차를 탈 때마다 배꼽 파스를 붙이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 잔잔한 소중한 추억이다. 이후 멀미는 나이가 들면서 차츰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한다. 그래. 난 내 평생 스스로 운전할 팔자인가보다.

멀미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몸의 균형은 눈, (전정기관), 그리고 소뇌가 조절하는데 이러한 기관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 진동이 심한 운송수단을 타면 이러한 기관에 전달되는 자극이 다르게 되고 어지럼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전정기관 내 비정상적인 진동이 뇌의 구토 중추를 자극하여 멀미의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멀미는 주로 2세에서 12세 사이에 나타나며 50세가 넘으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멀미의 증상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오심과 구토가 가장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외에 얼굴 창백, 하품, 졸음, 침 분비, 헛배부름, 두통, 식은땀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멀미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탈 것을 내리기만 해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멀미는 예방이 중요하다. 탈것을 타기 전에 약을 준비해야 한다. 약물은 크게 경구용 약과 패취(patch)형 약이 있다. 경구용 약은 항히스타민제 계열(이지롱, 소보민)과 항구토효과가 있는 메클리진 계열(메카인, 노보민)이 있다. 두 계통 모두 진정작용이 있어서 공통으로 졸음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카페인 복합제로 나오는 약물도 있어서 졸음이 덜 할 수도 있으나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지수다. 복용 시기는 탈 것 타기 30분 전이다. 패취형 약은 스코폴라민(키미테) 계열이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계열은 먹는 약이 아닌 귀밑에 붙이는 제형이다. 취급할 때 조심할 점이 있다면 패취를 붙인 후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손을 씻지 않고 눈을 만지면 동공이 확장되어 시야가 흐려진다. 그리고 가장 큰 부작용은 입 마름이다. 따라서 키미테를 붙였을 때는 수분을 자주 보충해주어야 한다. 작용 시간은 3일 정도로 장시간 지속하지만 여행 6시간 전에는 붙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본인의 경험이지만 멀미는 예방이 최선이었다. 혹자는 차를 자주 타서 없애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러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멀미 잘하는 것도 타고난 체질이고 멀미 안 하는 것도 타고난 체질이다. 본인의 경험과 부작용에 비추어 멀미약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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