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

 

장기를 두다 보면 상대방의 장기 성향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급한 성격인지 차분한 성격인지 장기 대국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한다. 상대방과 기물 교환이 가능하거나 기물을 잡을 수 있을 때 무조건 잡고 보는 대국자는 성격이 공격적이거나 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좀처럼 기물 교환을 하지 않고 잡을 기회가 있어도 참는 대국자가 있다면 이는 분명 사려 깊거나 소심한 성격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상대방 기물을 쉽게 잡을 수 있을 때는 기물 주위의 수읽기를 해보면 이득일지 손해일지 알 수 있다. 특히 점수가 다른 기물끼리의 교환은 점수를 계산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기물을 교환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맞상장기에서 포진 초반 상의 교환이라던가 대국 초중반 졸병 교환, 차의 교환 등이다. 이때에는 점수 득실관계는 없지만 먼저 잡을 것인지 먼저 잡힐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먼저 잡으면 기물 배치상 유리할 듯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적인 원칙이 있으니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참고도-1>을 보자. 맞상차림에서 귀윗상끼리는 반드시 서로 잡고 잡히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국에서 먼저 잡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먼저 잡히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대국 초반일 경우 먼저 잡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대국 초반 선후 수 차이가 크고 한두 수 차이로 상대 진영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고도-2>를 보자.

<참고도-1>에서 맞상끼리 교환한 이후 초포가 한병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때 한의 대응은 당연히 합병이다. 그런데 선택지가 두 가지가 있다. 44병을 34로 보낼 것인가 24의 병을 34로 보낼 것인가를 잘 선택해야 한다. 정답은 44병을 34로 보내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의 움직임 폭이 넓어지고 짜임새가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귀의 마가 진출할 수 있고 병을 한 칸 위로 진출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작전을 구사하며 상대 진영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24병을 34로 보냈을 경우 초의 귀에 있는 48초포가 한병을 견제하게 된다. , 어떠한 병도 쉽게 진출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가운데로 기물이 몰려 작전을 수행할만한 짜임새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4병을 34로 보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실전에서 많이 나온다.


<참고도-3>을 보자.

이 역시 실전에서 자주 나온다. 왼쪽 진영의 졸과 병의 대치 상태를 보자. 서로 합졸하여 맞대응하고 있을 뿐 졸병 교환을 주저하고 있다. 이런 경우 먼저 잡는 것이 좋을까? 먼저 잡혀 주는 것이 좋을까? 잡혀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먼저 잡는 순간 졸이 차지하고 있었던 압박선을 한 칸 빼앗기기 때문이다. 장기판에 직접 놓아 확인해보기 바란다. 사실 졸()은 대국 초반에 그 힘은 약하다. 그러나 중앙을 넘어가면 상대 진영의 기물 배치를 흩트려 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졸의 대치 상태에서 한 칸 빼앗김은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졸병의 대치 상태에서는 최대한 참고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정리

서로 동일한 기물을 교환할 때 먼저 잡을 것인지 먼저 잡힐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기물의 전반적인 배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물별로 일반적인 원칙은 정해져 있다. 상은 먼저 잡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하고 졸병은 먼저 잡히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니 다른 기물들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