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은 열린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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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관은 열린회로다.
  • 서산시대
  • 승인 2019.12.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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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⑥

 

소화기관은 열린회로입니다. 실뭉치의 한쪽 끝을 잡고 실뭉치를 삼키게 한 후 다른 한쪽 끝이 항문으로 나오면 양끝을 잡고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입을 다물고 항문에 힘을 주어도 소화기관은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삼킨 음식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하려면 음식물이 작은 입자로 변해 소화관의 점막세포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작은 입자라는 것은 탄수화물을 이루는 포도당,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지방을 이루는 유리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 등을 말합니다. 음식물이 이런 작은

입자가 되려면 소화효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소화효소가 음식물의 표면에 작용하므로 음식물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소화가 잘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열심히 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음식물의 표면적을 넓혀 소화가 잘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면 표면적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서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씹지 않고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길이가 3미터인 소장을 잘라서 쫙 펴놓으면 흡수를 담당하는 융털돌기의 수가 어마어마하여, 넓이가 대략 테니스코트만 해집니다. 소화는 물론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넓은 표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음식 중에서 표면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 중 하나는 전 세계인이 즐겨 먹고 있는 국수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가는 국수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히면 아주 작은 열에너지로도 국수 전체를 짧은 시간 내에 익힐 수 있습니다. 만일 밀가루 반죽을 그냥 익혀서 먹는다면 열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속까지 익히려면 겉은 눌어붙거나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빈대떡과 피자, 어슷하게 썬 떡국 모두 표면적을 넓게 만든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파를 어슷하게 써는 것도 넓은 단면적을 확보해 좀 더 많은 성분이 우러나오게 하려는 것입니다. 요리도 소화도 표면적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혹시 어릴 적 할머니께서 우유에 소금을 넣어서 드시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또는 우유에 설탕을 넣어 먹겠다는 나를 극히 말리셨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요? “왜요?"라는 질문에 할머니나 어머니가 딱히 정확한 답변을 하실 수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분명 소화적 관점에서는 매우 과학적인 행동들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포도당과 나트륨은 함께 있어야 소화관 점막의 운반체를 통해 흡수됩니다. 그러나 포도당 자리를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도 차지하려 하기 때문에 포도당과 아미노산은 경쟁 관계입니다. 우유가 맛이 없다고 설탕을 넣어 먹으면 아미노산의 옆자리에 아미노산 경쟁자인 포도당을 배치한 셈이 됩니다. 이후 둘이 죽도록 싸우도록 말이죠. 우유에 설탕을 넣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우유를 먹는 목적이 단백질의 섭취에 있다면 말이죠. 초코, 딸기, 바나나 등 달콤한 맛 우유가 긴장해야 할 이유입니다.

예측하셨겠지만 우유를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은 소금을 넣어 먹는 것입니다. 우유의 아미노산이 소금의 나트륨과 함께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죠. 고기를 포함한 모든 음식을 짭짤하게 먹으려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하이에나는 아프리카의 청소부로 불립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소화력으로 뼈와 썩은 고기는 물론 사슴의 뿔이나 발굽까지 먹어치웁니다. 썩은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지만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더 좋아합니다. 대머리독수리도 썩은 고기는 물론 동대머리독수리가 썩은 고기와 뼈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위산에 답이 있습니다. 이들의 위산은 pH1입니다. 사람의 pH2이니 산도가 10배쯤 강한 셈입니다. 혹 상한 음식을 같이 먹고도 유달리 배탈이 잘 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이분들의 위산도 하이에나나 대머리독수리처럼 pH가 보통 사람들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하이에나나 대머리독수리만큼은 아니겠지만요.

위산 분비는 단백질로 된 고기를 소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초식동물은 위산을 적게 분비하는 반면 풀을 잘 소화시키기 위해 긴 창자를 갖고 있습니다. 소나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의 배가 불룩한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소화기관이 길기 때문입니다.

치타나 사자 같은 육식동물은 창자의 길이가 짧아서 얄미울 정도로 배가 홀쭉합니다. 오랜 기간 육식을 주식으로 했던 서양인들은 육식동물처럼 창자가 짧아서 상체가 짧고 하체가 깁니다. 반면 쌀을 포함해 채식을 주식으로 했던 동양인들은 긴 창자 때문에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체가 깁니다.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자기 부모와는 달리 체형 역시 서구화되는 것을 보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식도는 위산에 약합니다. 위벽은 비교적 산에 강하지만 식도의 벽은 역류한 위산에 의해 쉽게 손상됩니다.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정상이면 위액이 쉽게 역류하지 않지만 괄약근이 느슨해지면 위액이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킵니다. 비만이나 위산 과다 상태에서는 괄약근이 정상이라도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되도록이면 식후에 금방 눕지 말고 눕더라도 왼쪽으로 눕는 것이 역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담배는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을 약화

시킵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난 후 반드시 하는 행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트림을 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트림을 시켜 아이가 토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왜 트림을 시키면 토를 하지 않는 걸까요. 아기는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약합니다. 따라서 먹은 젖이 역류해 토하기 쉽습니다. 우유를 먹을 때 함께 삼킨 공기가 위의 압력을 높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유를 먹인 뒤 아기를 어깨에 메고 등을 두드려서 트림을 시키면 위압이 낮아져 아기가 토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식후에 아이를 트림 시키는이유입니다.

단것 좋아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고 또 즐깁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단맛을 좀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단맛을 좋아하기보다는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체 사람의 약 25퍼센트는 보통 입맛보다 좀 더 민감한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슈퍼테이스터 supertaster’라 불리는 이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3배쯤 높으며 전반적으로 채소를 싫어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시금치, 브로콜리, 양배추 등 덜 단 채소를 싫어하는데 그래서 이들은 주로 단 음식을 즐겨 먹고 이들 중 다수는 비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처럼 모든 동물이 단것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달콤한 열매를 먹을 줄 아는 척추동물은 과일박쥐와 같은 일부 동물을 제외하면 원숭이, 유인원, 사람 정도가 전부입니다. 열매는 풀보다 영양가가 높은 매력적인 먹거리입니다. 하지만 열매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열리는지 기억해두지 않으면 열매를 제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 열매를 즐기기 위해선 머리가 좋아야 합니다. 뇌가 좋아하는 영양소가 달콤한 열매에 있는 포도당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열매와 풀 중 어느 쪽을 좋아하십니까? 열매라 외치는 많은 분들께 주의 사항을 알려드립니다. 열매의 과다한 섭취는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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