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명복을 빌면서-

특별기고

조규선 (전 서산시장, 한서대 대우교수)
조규선 (전 서산시장, 한서대 대우교수)

대우 김우중 전회장이 지난 9일 숙환으로 별세 했다. 경제 발전을 이끈, 세계 경영의 길을 걸어온 고 김우중 회장의 아주대 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그를 만난 것은 1980년대 새마을운동 활발히 하던 때였다. 그 당시 서산-당진 간 도로 공사를 대우가 맡아 시공하면서 인연의 끈이 이어졌다.

현장 K소장이 필자를 찾아왔다. 김우중 회장님 모친이 상을 당했는데 장지가 태안 인평(인평리 2)이라면서 현지를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대우 계열사 임원들이 나와 있었다. 큰 도로에서 장지까지 가는 통행이 문제였다. 농로가 비좁아 차량이 왕래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민들의 반대 기미도 보였다.

주차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마을이장을 비롯한 주민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제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할 터이니 저를 믿고 따라 달라고 했다. 먼저 도로 작업을 부탁했다. 모든 것이 조건 없는 봉사였다. 대신 이장님께서 경운기 동원 대수, 유류대, 참석한 주민의 이름과 시간, 일자등 상세한 기록을 주문했다. 그때 주민들은 이 의견에 따라주었다. 굉장히 고마웠다.

그리고 대우 소장에게 도로작업을 우리 주민들이 할 터이니 석분을 준비 해달고 말했다. 이어 대우에서 나온 책임자에게 다음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농로에 승용차는 물론 영구차도 진입을 하면 안 된다. 상여로 모시자! 교통이 혼잡하니 계열회사 대표만이 참석 하는 것으로 하고 버스를 이용하도록 하자.

두 번째, 주차장을 만들지 말자.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데 농민들이 공들여 재배한 농작물을 훼손할 수 없다. 큰 도로에서 하차하고 버스가 일정 장소에 가 있다가 출발할 때 그때 오도록 하자.

셋째, 호텔의 도시락 준비 등은 안 된다. 위화감도 있고 하니 음식은 마을에서 준비하자. 이장 댁에서 마련한다.

대우에서 나온 책임자는 우리가 내민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었고 그로서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되었다.

장례식 날 주민들이 모두 참석하여 슬픔을 함께 했다. 장례를 모신 김우중 회장은 매우 고마운 표정이었고, 이장 댁의 쌀밥과 찬은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비용을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김우중 회장은 가묘를 써놓고 묘를 지키는 노인 산지기를 두었던 일이다. 특히 회장의 집안 한 분이 산지기를 이장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 때 김우중 회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왜 산지기를 바꿉니까? 산지기에 산자기를 두면 됩니다.” 그러면서 노인을 부르더니 고생이 많았다며 무엇을 도와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평생 내 땅 갖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자 근처에 있는 토지를 사주라고 했다.

그리고 마을 이장에게는 오늘의 고마움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 물었다. 이장은 아들이 군대갔다와 집에 있는데 회사 취직 시켜 달라고 했다. 김 회장은 즉석에서 D개발 근무를 명하면서 직함은 대리로 임한다고 했다. 이장이 언제부터 근무 합니까?” 하니 오늘부터 근무입니다. 이 버스로 함께 가도록 합시다라고 했다. 이장은 곧바로 아들을 불러 이불을 차에 싣고 보낸 기억이 생생했다.

묘지는 산 가운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인평 저수지가 보이는 명당터라고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그날 장지에는 군수, 경찰서장이 조문했다. 삼우제에 온 가족들은 군수를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다 군수가 현황 설명을 위해 일어서자 모두 따라 일어섰던 기억도 생생하다.

대우에서는 나를 통해 서산군에 무언가를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군수는 받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 후 다른 군수가 부임해서 부탁을 전달했는데 그때는 소식이 없었다.

필자는 김우중 회장을 만나 사람을 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도움을 받는 기증등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것, 지도자의 성격과 판단에 따라 지역의 발전이 좌우 된다는 것을 김우중 회장의 별세로 인해 그 당시를 회고 해본다.

재계의 큰 인물, 기업인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떠나는, 대우 신화를 써낸 김우중 회장의 영결식이 오늘 거행된다. 장지는 모친이 안장되어 있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 선영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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