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⑤

 

생명체는 죽어도 유전자는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생명체는 경쟁적으로 자기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수컷 실잠자리는 주걱 모양의 생식기를 이용해 암컷 질을 긁어낸 뒤 사정합니다. 수컷 바위종다리는 암컷의 꽁지를 쪼아 이전 짝짓기를 통해 갖고 있을지 모르는 정액을 분출시키며. 상어는 비데처럼 물을 뿜어 암컷 질의 정자를 제거시킵니다. 모든 포유류 수컷의 생식기는 버섯 모양이고, 짝짓기를 할 때 피스톤운동을 합니다. 생식기가 버섯 모양인 것도, 짝짓기 할 때 피스톤 운동을 하는 것도 하나하나 의미가 있습니다. 버섯 모양 생식기와 피스톤 운동은 자신보다 먼저 짝짓기 했을 다른 수컷 경쟁자의 정자를 걷어낸 뒤 자신의 정자를 넣기에 최적의 모양과 행동입니다. 종류에 관계없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개체의 유전자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모두가 유전자의 노예입니다.

가시고기는 부성애로 유명합니다. 암컷이 산란하고 가버리면 수컷이 수정을 시킨 뒤 부화할 때까지 먹이를 먹지도 않고 혼자 수정란을 지키다 굶어 죽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어류와 같은 체외수정 생명체의 경우 수정란에 대한 책임을 수컷이 지게 됩니다. 암컷이 산란한 후에 수컷이 수정을 시키기 때문이죠. 가시고기가 수정란 속의 자기 유전자를 지키려는 이기적 행동이 인간에 의해 눈물의 부성애로 미화됐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반대로 짝짓기를 통해 체내수정한 생명체는 수정란을 몸 안에 갖는 암컷이 수정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인간의 모성애도 어쩌면 미화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난자의 부피는 정자의 약 85,000배입니다.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수컷과 암컷 양쪽이 투자한 규모의 차이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정자가 가지고 있는 것은 딸랑 유전정보와 추진기관에 해당하는 꼬리뿐이지만 난자에는 유전정보와 함께 수정란이 자라는 데 필요한 여러 소기관과 영양분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꿩이나 공작은 물론 모든 동물의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빈털터리인 정자가 큰손인 난자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인 거죠.

모든 포유동물은 암수 모두 암컷의 배란 시기를 압니다. 이를 통해 수정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짝짓기를 합니다. 그러나 유독 사람만 배란 시기를 모릅니다. 일부 학자들은 여자가 바람을 피우기 위해 이렇게 진화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혹 부부가 한 가정에서 평생 함께 사는 것이 서로의 바람기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실 수 있으신가요.

인간은 논의에서 잠시 제외시키더라도 대부분의 암컷동물은 배란기가 되면 대놓고 여러 수컷과 짝짓기를 하려는 바람기를 보입니다. 부부 금슬이 좋다고 알려진 새들도 새끼 네 마리 중 한 마리만 남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러나 다양성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암컷의 바람기를 그렇게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남자의 성적 흥분은 여자보다 빨리 끝납니다. 왜일까요. 남자의 흥분이 지체되면 그만큼 상대를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흥분이 너무 지체되어 여자가 먼저 흥분한다면 여자는 성행위를 먼저 멈출 것이고 남자는 사정에 실패할 것입니다. 결국 짝짓기의 최종 목적인 수정은 실패하겠죠. ‘기승전-수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뇨기과 교과서에서 남자의 짧은 흥분 기간(조루증)을 길게 하려는 치료 방법들을 다루고 있지만 흥분 기간을 짧게 하려는 치료는 없습니다. 생식의 기본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먼 치료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동물의 젖은 새끼가 편하게 빨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모든 동물의 젖은 대부분 늘어져 있어서 새끼가 빨기 편하며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유인원도 새끼가 젖을 잡아당겨 빨 수 있을 정도로 수유에 친화적인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젖은 늘어지지 않고 가슴에 붙어 있어서 아기들이 젖을 빠는 동안 코가 눌려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는 사람의 젖은 수유기관에서 성기로 바뀌고 있으며 생김새는 탄력 있는 엉덩이 모습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만큼 성을 즐기는 보노보 원숭이의 젖도 사람과 비슷하게 가슴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 젖이 수유기관에서 성기로 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옳아 보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에서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는 동물은 사람뿐입니다. 남녀 모두 상대방이 긴 머리카락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방향으로 성선택이 된 듯합니다.

수녀님과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각각 베일과 히잡을 쓰는 이유는 성적 매력을 풍기는 머리카락을 의도적으로 가리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짧은 머리로 멋을 내려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약력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990년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18회 수상, 2017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17개 대학 32명의 대학교수 강의왕중 한 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케이무크(KMOOC, 일반인 대상 온라인 공개강좌)에서도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으며 2017년 교육부총리 표창장을 수상하는 등 학생 교육뿐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실험동물모델에 관한 연구가 독일 슈프링거Springer 출판사에서 발간한 통증백과사전Encyclopedia of Pain’에 실렸고, 그의 이름이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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