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연탄구멍 사이로

 

동그라미 속에

작은 동그라미 또 여럿

그리다 만 꿈을 접고

입 벌린 구멍 속으로

연탄집게를 밀어 넣는다

커다란 것 속에

작은 것 또 여럿

피우지도 못한 꿈을 탓하며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연탄집게를 밀어 넣는다

끼워 잘 맞춰진

아홉 개의 구멍을 뚫고

피어오르는 열기 사이로

일그러진 얼굴들이 춤을 춘다

연탄집게에 물린 창백한 얼굴들이

 


 

<시작 노트>

오영미 서산시인협회장
오영미 서산시인협회장

연탄은 우리에게 추억이기도 하고 아픔이다. 어릴 적 연탄가스로 몇 번을 죽다 살아난 기억이 있다. 일가족이 냉 바닥에 엎드려 흙냄새를 맡았고, 동치미 국물로 속을 달랬던 시절이 있다. 요즘은 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생명을 달리하는 보도를 접한다. 예전엔 살기 위해 연탄을 피우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간식을 구워 먹던 추억의 도구였다. 이렇듯 연탄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존재다. 유명한 시 구절이 생각난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작품 중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대목이다. 요즘 연탄 은행이 비어있다고 한다. 예전처럼 서로 나누고 따스한 정을 나누기에 모두 벅찬 모습이다.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연탄 은행에도 온정의 손길이 닿아 함께 따뜻한 겨울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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