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보내며...

최미향 취재부장
최미향 취재부장

 

어찌어찌하다보니 벌써 12월의 중순을 맞이하고 있다.

기상청은 12월에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잠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도 있겠지만 평년보다 따뜻하고 눈이 많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12월이 돼도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고 여전히 사회 전체가 차분하고 침착하고 어두운 느낌인데 날씨까지 추워지면 얼마나 더 쓸쓸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겨울 속에서 따뜻한 날들이 마치 선물과도 같다. 선물은 받고 기뻐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나는 오늘도 취재를 하기위해 차를 달리며 창문을 열고 바람의 결을 느꼈다. 아직은 차지 않고 부드럽다. 마치 하늘의 선물인 냥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볕 한 줌에도 행복해지는 이 마음이란 얼마나 소박한 것인가.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두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마음이란 본시 비우기를 좋아하는데 우린 잊지 못하고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본성과는 너무나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의 본성을 위배하면 삶은 괴로워지는 법. 그때가 지나면 시련도 고통도 미움까지도 다 잊어버려야만 한다.

한 번 잊을 때마다 우리는 성숙해진다. 미움을 잊어야 용서를 만나게 되고, 분노를 잊어야 평화를 만나게 되고, 시련을 잊어야 새로운 탄생을 만나게 된다. 봄볕 같은 겨울볕 아래서 나는 오늘 추위를 잊고 겨울을 잊는다.

차를 몰고 달리는 길에 철새들이 함께 따라온다. 언제나 만나도 반가운 동생 같은 저 겨울의 철새들은 오늘밤 어딘가에서 자신이 달려온 천길의 노고를 잊을 것이다. 그러면서 비로소 성숙해지겠지. 시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새롭게 하늘로 날아갈 저 철새들이 아름다운 것은 성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숙,

내가 바라는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숙이다. 나는 그렇게 성숙되어 지기 위해 올 한해를 살았다. 정말 조심스럽게 한 발 또 한 발 옮겨 나가며 한 해를 산 것이다. 물론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추위에 찬바람까지 보태져 코끝을 시리게 한다고 봄이 오지 않을까?.

매화는 혹한과 눈을 많이 겪고 견뎌서 더 붉다고 하였다. 또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이 추운 겨울을 굳건히 이겨야, 따뜻한 봄이 오는 날에 성공과 희망의 밀알을 심을 것이고, 또 가을에 오곡백과를 듬뿍 수확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조금 덜 성숙해도 조바심을 갖거나 서두르지는 않을 심산이다.

오늘처럼 겨울볕 속에도 봄볕은 숨어 있다.

볕 한 줌에도 행복해지는 마음…

철새들이 시련을 받아들이며 성숙해지듯 나는 매화처럼 향기로 추위를 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제 그랬냐 싶게 아지랑이 피는 봄이 올 것이다. 12월의 어느 때를 건너는 나는 머지않아 내게 올 봄을 다짐하며 겨울볕 속에 숨어있는 봄볕을 만난다.

갈대숲에 바람이 일자 햇살이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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