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⑤

장하영 장기프로
장하영 장기프로

 

바둑 해설에서 실리 대 세력 싸움이라는 형세 판단을 자주 듣는다. 여기서 말하는 세력이란 장 집은 없지만 두어가면서 집이 불어날 가능성이 높은 바둑돌의 배치상태를 의미한다.

장기도 비슷하다. 이는 필자의 경험상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당장 잡을 수 있으나 일부러 잡지 않고 그냥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언제고 필요할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 않는 이유는 그대로 묶어두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둘째, 당장 잡은 기물은 아니지만, 대국이 진행되면서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또는 잡지는 못하여도 그 자체로 국면을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는 소위 기물 묶어두기가 있다. ‘기물 묶어두기란 장기의 공식적 용어는 아니고 필자가 쓰는 표현이다.

장기의 재미는 상대방 기물을 잡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기물을 잡지 못하면 상대의 묶였던 기물을 풀어주고 다른 기물을 노릴 때가 많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기물이 묶였을 때는 풀어주지 말고 그냥 놓아두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완전히 엮고 엉키게 하여 꽁꽁 묶으면 더 좋다.

장기 대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묶어두어야 할 모양을 소개한다.

 


 

<참고도-1>을 보자.

초심자 대국에서 자주 나타나는 모양이다. 지난 회에서도 소개하였다. 보통은 초포로 마를 잡고 이후 한차를 노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묶어두는 것은 어떨까? 초진영에서 다른 기물을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한진영에서는 묶여있는 차, , 병 어느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 초진영은 포 하나로 한진영 차, , 3개를 묶어두고 있는 셈이다. 지금 당장은 잡지 않더라도 대국 중반 언제고 잡을 수 있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한의 우진영은 거의 완전히 엉킨 상태이다. 따라서 초진영에서는 다른 기물을 움직이는 것도 좋겠다.

 


<참고도-2>를 보자.

이 역시 초반 대국에서 흔히 나오는 모양이다. 초진영에서는 속공으로 차장군을 부르고 사로 멍군을 부르니 한마와 한상 사이에 차를 끼웠다. 다시 한차가 한마를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써 초진영은 차 하나로 한진영의 차, , 3개의 기물을 걸었다. 물론 한사까지 간접적으로 걸려있는 형국이다. 지금 초차로 상을 잡을 수도 있으나 언제든지 잡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일부러 잡을 필요는 없다.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 초진영은 좌진영을 정비하고 초차가 진출하기만 하여도 충분히 승국(勝局)으로 갈 수 있다.


 

<참고도-3>을 보자.

이 모양은 흔하지 않다. 최근 필자가 두었던 대국이다. 상대가 면상을 차렸고 양차를 교환한 상태이다. 필자는 28의 초포를 23으로 보냈다. 왜 그랬을까? 당장 이득은 없으나 모양 때문이었다. 포 하나를 23에 놓음으로써 한진영의 양포와, 상이 묶였다. 한진영에서는 당장 초포를 노릴만한 수가 보이질 않는다. 더군다나 초진영은 졸이 한 칸씩 전진한 상태이다. 따라서 초는 작전 쓸 공간이 넓다. 총평하자면 기물 점수는 서로 같은 상태나 초가 유리한 형세라 할 수 있겠다.

 

정리

장기 대국에서 기물 묶어두기는 매우 중요하다. 당장 이득이 없다고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 그냥 꽁꽁 묶어두어야 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대국 중후반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