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제는 거담작용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진해거담제를 억지로 복용하는 것보다 복합제제 선택이 낫다!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잎새가 많이 떨어졌다. 길거리에 낙엽이 나뒹군다. 바람만 스치면 자박한 폼이 어딘가 급한 모양이다. 그 낙엽은 어딜 보고 급히 달려가는 것일까. 이러한 상상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과거 학부 시절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 올라오며 비비는 낙엽을 감상하였다. 더러는 낙엽을 밟으며 생채기를 들어보았다. 재미있었다. 솟구치는 창발이 자구적으로 진화하였다. 형체는 알 수 없었다. 넌지시 인식할 뿐이었다. 누군가는 몽상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난 창의를 시도하고 있었다. 언어의 형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 말이다. 감각적 수행으로 본연적 진리(truth)를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낙엽 속에서 내 진리 탐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멜로디가 서광처럼 비추었다. 나의 뇌를 깨웠다. 타건(打鍵)의 메아리적 서주와 이어지는 러시아풍 현() 울림... 그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1악장이었다.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교내 시계탑 방송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였다. 난 걸을 수가 없었다. 배고픔도 잊고 그냥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뭔가 깨달았다. 내 가야 할 길과 추구할 길을 말이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의 나... 아득하였던 먼 미래가 현재가 되었다. 시간은 비가역(非可逆)적이다. 역행은 없다. 그러나 내 무의식은 그때지금이 가역적으로 호흡하고 자각하였다. 까닭은 없다.

입김이 서늘해졌다. 서둘러 기숙사에 올라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그날 밤에 찾아왔다. 밖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감기 증세를 보였다. 이튿날부터 심한 기침으로 고생하였다.

그렇다면 기침은 왜 하는 것일까? 쉽게 말해 말초 기관지나 세기관지가 자극받아서이다. 평소에는 온도나 화학물질에 대하여 기침 반응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관지가 염증 등에 의해 민감해져 있을 때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도 기침이 일어난다. 그 원인은 알레르기, 축농증, 감기, 매연, 먼지, 천식 등 매우 다양하다. 목이 근질근질한 증상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그게 목에 염증이 있는 상태이다. 이때 말을 한다거나 뜨거운 차를 마시는 등 기관지를 조금만 자극하여도 기침을 강하게 한다.

그런데 기침이 가래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습성 기침이라고 한다. 반대로 가래가 없는 경우는 건성 기침이라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기침과 가래는 동시에 온다. 따라서 보통 생각하는 기침은 습성 기침으로 보아야 한다.

기침을 치료하는 약을 진해제라고 한다. 그리고 가래를 묽게 하여 제거하는 약을 거담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진해제는 거담작용이 있기 때문에 흔히 진해거담제라고 한다.

진해거담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중추성은 이름 그대로 중추신경, 즉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기침을 멎게 한다. 이러한 약물은 처방전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없다. 말초성 진해제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단일성분 제제로는 뮤코펙트(암브록솔)나 코프렐(벤프로페린)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임상적으로는 복합제제가 흔히 쓰인다. 아무렴 단일 성분보다는 여러 성분이 섞인 제제가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본인이 효과를 보았던 약물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기침을 꼭 가라앉히는 게 좋을까? 물론 기침 자체가 귀찮기도 하고 기침하는 날 밤엔 선잠이 들어 불편하다. 하지만 기침은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방어작용이다. 심하지 않다면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겠다. 그리고 기침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다른 질환에 동반되어 일어나는 증상일 뿐이다. 따라서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기침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거나 정확히 집기 어렵다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침이 일주일 이상 지속할 경우도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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