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모르는 사람처럼

 

이렇게도 만나지나보다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려 했는데

우연히 마주쳐 만나지더라

 

기억 속의 흔적들을 애써 지우며

모르는 사람처럼 아주 잊으려 했는데

장승처럼 우뚝 만나지더라

 

무탈하게 잘 지내는 듯싶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고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도 되겠더라

 

퉁퉁 부은 눈으로 아파하지 않으리라

가위눌려 잠들지 않아도 되고

어쩌다 웃을 때에도 미안해하지 않으리라

 

숨이 멎을 듯 소름 돋던 순간도 지나고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세월을 보내리라

 

 

<시작 노트>

오영미 시인
오영미 서산시인협회장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묻어두고 혼자서 꺼내보는 사연 하나쯤 있으리라. 그것이 어느 유형의 어떤 사연일지라도 아름답다 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뜻 하지 않는 이별이면 더 애틋하겠고, 원수는 아닐지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일 수 있다. 정말 꿈에서나 볼 것 같던 사람이 턱 하니 내 앞을 스쳐 지나갈 때 얼음처럼 차갑게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우리 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사람 있거들랑 우연히 스치듯 마주치는 꿈 가슴 속에 묻어두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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