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②

 

일정하게 지속되는 자극은 신경을 둔하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운 재래식 화장실의 악취가 조금 후 견딜 만해지는 것은 후각신경이 둔해지기 때문이죠. 열탕에 들어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피부에 닿은 물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견딜 만해지지만, 또 다시 누군가 탕에 들어와 온도의 균형을 깨뜨리면 바로 뜨겁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처음에는 반갑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흥이 줄었다가 헤어질 때 다시 안타까워지는 것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입니다.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피가 다리 쪽으로 모여 심장으로 향하는 피가 줄어들게 되므로 혈압이 낮아집니다. 저혈압은 뇌에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어지러움증이나 기절 등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갑자기 일어나도 저혈압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혈압감시체계인 동맥의 압력수용체가 혈압이 낮아진 사실을 감지한 후, 뇌에 있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억제시켜 낮아진 혈압을 순식간에 정상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러운 분들은 앞서 설명한 혈압 감시체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자세성 저혈압이 라고 부르며, 사우나와 같이 더운 곳에서는 혈관이 이완되어 저혈압이 더 심하게 나타날수도 있습니다.

자세성 저혈압은 어지러움 그 자체보다도 넘어져서 발생하는 2차 사고가 더 위험한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갑작스러운 혈압의 변화를 막기 위해 천천히 일어나면 됩니다.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면, 저혈압 때와는 반대로 압력수용체가 교감신경을 억제시키고 부교감신경을 흥분시켜서 높아졌던 혈압을 정상으로 만듭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압력수용체라는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 고혈압이나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면 놀란 주민들은 양을 지키러 뛰어나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반복되면 진짜 늑대가 나타나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아 큰 화를 입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반복되는 거짓말에 이골이 난 주민들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무시해버리듯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둔해진 신경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고혈압 환자는 1년 열두 달 내내 혈압이 높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반복된 거짓말에 이골이 나듯, 압력수용체가 둔해져서 혈압에 대한 감시 및 조절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몸에는 압력수용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이나 저혈압 환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압력수용체에 의한 혈압 조절 기능은 반응 속도가 아주 빨라서 순간적인 혈압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둔감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혈압 변화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지면 행복할까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위치나 권력의 자리에 올라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모자람을 표하며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부탄이란 나라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자주 언급되는 나라입니다. 부탄 국민의 97퍼센트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부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탄이 3만 달러 이상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여러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탄이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여러가지 국가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국민 모두가 지금 가진 것에 대해 덜 익숙해하는, 그래서 항상 만족해하며 고마워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원효대사는 큰 꿈을 안고 중국으로 유학을 가던 도중, 잠결에 갈증을 씻어주었던 물이 해골에 든 썩은 물이었음을 알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진위 여부를 떠나 풍요를 만끽하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입니다.


<약력>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교수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교수

1990년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18회 수상, 2017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17개 대학 32명의 대학교수 강의왕중 한 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케이무크(KMOOC, 일반인 대상 온라인 공개강좌)에서도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으며 2017년 교육부총리 표창장을 수상하는 등 학생 교육뿐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실험동물모델에 관한 연구가 독일 슈프링거Springer 출판사에서 발간한 '통증백과사전Encyclopedia of Pain'에 실렸고, 그의 이름이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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