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와 바둑의 차이는 크다. 흔히 말하길 장기는 배우기 쉬우나 구사할만한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깊이가 얕다고 할 수 없다. 구사할만한 수가 적다는 것은 한정된 순간에 둘 수 있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그 뒤에 벌어질 수순의 깊이를 고려해본다면 장기만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할 수 없다. 넓이가 일정할 때 가로가 짧아지면 세로가 길어지고 가로가 길어지면 세로가 짧아지는 것이 이치다. 따라서 수의 깊이는 장기나 바둑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바둑과 장기의 극명한 차이는 선-후수의 중요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은 선수(先手)가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선수를 잡기 위하여 수순마다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하지만 장기는 선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대국 초반 포진에서 선수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중반으로 넘어가면 선수의 중요성은 사라진다. 중반부터는 다소 느긋하더라도 전열을 가다듬고 수비와 공격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당장 손해를 보거나 완착인 듯해도 묘수(妙手)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작도>를 보자.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초진영에 특별한 공격 수단이 없는 듯싶지만, 묘수가 있다. 직접 두어보지 않고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직접 장기판에 놓아보길 바란다.

<시작도>


 

<종국도>

시작도에서...

1. 4764 한병 잡음

2. 7464 초상 잡음

3. 9080 한포 노림

 

이로써 한은 응수가 매우 곤란해졌다.

 

<종국도>를 보니 어떠한가? 매우 간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장기 고급자라도 이러한 수를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1번 수순에서 상이 상대의 병 하나와 단순교환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차가 80으로 한 칸 옆으로 이동하여 상황을 반전시켰다. 장기는 3수 이내의 모든 수를 읽어보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다소 어렵더라도 기물 간 교환 후에는 한 수를 더 읽어보는 습관을 지녀보자.

그렇다면 <참고도>를 보자. 이후 <종국도>에서 차가 포를 지킨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참고도>

종국도에서...

1. 8183

2. 4888 한차 노림

3. 6144 장군

4. 4939 멍군

 

이로써 한은 차와 포가 걸려 필패(必敗)인 국면이다.

<참고도>대로 한차로 포를 지킨다면 한은 완전히 망한다. 따라서 <시작도>에서 초상이 한병을 잡았을 때 참았어야 하였다.


정리

<시작도>에 나왔던 모양은 대국 초반에 자주 나오니 잘 기억해 두자. 당장 손해 보더라도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초가 상으로 병을 잡고 한 수 늘어져 차로 응수타진하였다. 이후 한은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이 되었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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