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물 그물

 

발끝 모두 차갑게 굳어 있었고

힘없는 눈동자엔

하얀 물 그물이 처져 있었다

아직은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군

꽉 다문 입이 벌어지지 않네

먹일 수도 없잖아

간밤 새벽 나의 손안에 있었는데

여전히 나의 손안에 있는데

손끝 어디 애간장 녹지 않는 곳이 없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난 두 번째

물갈퀴처럼 차갑다

달팽이의 시선으로 뚜껑을 덮는다

나의 화단에 너를 묻어 보내야지

모르는 첫 아이 무덤처럼

허공으로 빠져나가는

, 몹쓸 안녕

 

<시작 노트>

오영미 서산시인협회장
오영미 서산시인협회장

애초부터 고양이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애완동물에 관심도 없었으며, 오히려 동물을 안고 다니거나 집안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어느 날, 절친 후배가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했다. 그에 필요한 도구와 사료까지 사다 주며 적잖이 위로되고 심심하지 않을 거라 했다. 새끼고양이는 나의 손안에 쏙 들어왔고, 마치 아기를 만지는 것 같이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 키우기가 벌써 3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녀석이 시름시름 앓더니 급기야 식음을 전폐하고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 자식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함께 생활한 고양이를 보내고 얼마나 슬펐는지. 이제는 알겠다. 애완동물이 나에게 준 안정감과 위로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나의 삶은 이별 없는 고양이와 오래도록 함께할 때 평화로울 것이다. 그러도록 잘 보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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