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입안을 자주 축이던가 적극적으로 인공 타액을 사용해보자!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세선약국 약사
장하영세선약국 약사

자리끼를 아는가? 자기 전 머리맡에 두는 물 한 사발을 말한다. 한밤 도중 깨었을 때 입과 목을 축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목이 텁텁하거나 입안이 마를 때 그저 물 한 모금이면 그만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다.

초등학생 시절 난 그게 멋져 보였다. 난 따라쟁이 아니었던가. 한동안 흉내를 내었다. 자기 전 학교 준비물과 숙제는 잊어버려도 자리끼는 고집을 피워 챙겼다. 그 의미도 모르고 말이다. 새벽에 잠이 깨면 일부러 마셨던 기억도 있다. 조상들이 보기에 난 고약한 아이였을 것이다. 노인들에게 자리끼가 왜 필요했는지 그 연유도 모르고 따라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간다. 어린 아이들을 보라. 피부가 탱글탱글하지 않은가. 수분이 빠져나가면 우리 신체 내에서 분비되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물론 신진대사도 떨어져 다양한 질환도 앓게 된다. 소화액 분비량이 줄어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눈물 분비량이 줄어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땀의 분비량이 줄어 피부가 건조해지고 체온유지가 어렵게 된다. 소변량도 줄어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인다. 관절 사이의 윤활액이 줄어 관절이 시리고 쑤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타액, 즉 침이 줄어 구강건조증이 생긴다.

구강건조증이란 입안이 과도하게 마르는 증상을 말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입안이 마른다고 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입안에서 타액의 역할은 실로 엄청나다.

병리학적 측면에서 타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 안의 세균과 음식 찌꺼기를 세척하여 제거하는 작용이다. 쉽게 말해 세균을 씻겨 위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입안에는 수십~수백 종의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 입안의 환경은 어둡고 따뜻하고 축축하여 세균이 번식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하겠다. 따라서 세균이 언제든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병원성 세균들은 구내염, 인후염, 편도염 등 다양한 기회감염을 노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타액이 계속 분비되어 이러한 나쁜 세균들을 지속적으로 제거한다. 세균의 번식이 억제되므로 입안의 염증이나 구취도 예방될 것이다.

한편 타액은 치아를 재광화하여 충치의 확산을 방지한다. 물론 잇몸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생각지 못하였던 기능도 있다. 음식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타액에 녹아야 혀의 미뢰를 자극하여 비로소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타액 없이는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맛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자. 식도락은 고사하고 음식이란 덩어리는 허기짐을 채우기에 급급한 에너지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타액이 없다면 발성장애가 생겨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타액의 감소로 인한 구강건조증은 치료가 가능할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입안이 마를 때마다 물로 축이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C, 신 음식, 츄잉검 등이 혀를 자극하여 침의 분비량을 촉진시킨다는 보고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적극적인 방법을 원한다면 인공타액을 구강에 뿌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제로바액, 드라이문트겔이 있다. 제로바액은 스프레이형으로 필요할 때마다 입 안에 뿌려주면 된다. 드라이문트겔은 혀 끝에 발라주는 연고형 약이다. 취침 전에 사용하면 서서히 목으로 넘어가면서 구강마름이 완화된다고 한다. 구강건조증으로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 쓰면 좋겠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