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윤동주, 달을 쏘다*

 

오늘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보는 내내 온몸에 소름 돋도록 짜릿했습니다

전율을 느껴본 지 얼마 만인지

가슴 뜨거워 본 지 얼마 만인지

당신이 내 심장으로 들어와 울었을 때

나는 무엇으로 당신을 위로해야 할지 부끄러웠습니다

달을 부수다

시를 쓰다

별과 바람과 하늘을 쏘다

오늘 나는 당신의 품속에서 부서지겠습니다

은근히 당신이 그리워 손을 잡겠습니다

어쩌면 저 북간도 어머니처럼 당신을 안겠습니다

자발적 절필의 끝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몽규야, 처중아, 병욱아

잉크가 물들인 푸른 손을 누가 기억할까요

시는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어디를 향해 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까

주삿바늘이 내 팔뚝을 찌릅니다

스물아홉의 영혼

부끄러운 젊음

흙으로 이름자를 덮어 버려도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 봄이 오면

돋아난 풀 위에 시를 새기겠습니다

부끄럽게 부끄럽게 부끄럽지 않게

달에 돌을 던지며 부서지도록 시를 쓰겠습니다

오늘 난 당신을 간절히 원합니다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서산시문화회관, 22차 서산시 기획공연 3.1운동 100주년 기념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공연을 보고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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