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여권이 신장된 시대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

 

‘82년생 김지영을 출간한 이 책의 저자 조남주 작가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다. 서민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이 책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 ‘82년생 김지영에는 맘충이, 여혐, 메갈리아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페미니즘 화두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독자에게 흥미있로우면서도 의미있게 다가간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엄마를 뜻하는 (Mom)’과 벌레를 뜻하는 ()’의 합성어인 맘충은 자기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나 맘충이란 호칭은 육아하는 엄마 대부분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며 많은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상처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이 표현은 육아가 마치 여성의 일인 것처럼 인식되게 함으로써 성차별적 시선을 고착화하는 데도 일조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2014년 말 촉발된 맘충이사건을 목격한 작가가 여성, 특히 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에 충격을 받아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소설을 쓸 당시 조남주 작가는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둔 전업주부였다. 온라인상에서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만 놓고 엄마들을 비하하는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작가는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 과거에서 얼마나 더 진보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질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어쩌면 30대 여성들의 인생 보고서이기도 하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는가 하면 때로는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발화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녀가 선택한 이야기들이 바로 일생에 거쳐 여자이기 때문에 받아 왔던 부당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의 고백은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82년생 김지영은 민음사 출판으로 젊은 여성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기 고백형식으로 써

내려간 책이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