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강좌의 기보를 장기판에 직접 놓아보자. 그러다보면 중수를 넘어 어느덧 고수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믿는다.

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

 

장하영 프로
장하영 프로

몇 해 전 바둑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었다. 인공지능(알파고)이 바둑 최정상 기사를 꺾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에 그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지상, 케이블 방송사 가리지 않고 대국을 생중계하였다. 첫 대국 때엔 승패에 관심이 없었다. 인간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저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 자체가 흥미로울 뿐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대국을 인공지능이 연거푸 승리한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세 번째 대국부터는 인간이 다섯 판의 대국 중 단 하나라도 승리할 수 있는지가 주 관심사였다.

장기(將棋)계에도 10여 년 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인공지능 장기 프로그램이 인간 장기 프로기사 수준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장기 프로 고단자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전 대국 수준은 그 이상이었다. 수십 수 예측은 기본이었고 실수라 할 만한 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포진도 완벽하고 국지적 전술은 신묘하였다. 운이 좋아 인간이 한 판 정도는 승국할 수 있으나 연속으로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체스와 오목에도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컴퓨터가 정신 스포츠를 완전히 정복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2 → 가로 3번째, 세로 2번째 위치
32 → 가로 3번째, 세로 2번째 위치

 

사정이 이러하니 정신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였던 기사들은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 진정한 고수를 만나고 싶으면 컴퓨터와 마주하면 된다. 두고 싶으면 언제든 둘 수 있다. 졌다고 얼굴을 붉힐 일도 없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로 잘못 두었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다. 무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국을 치루는 건 컴퓨터든 인간이든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국을 분석하고 새로운 수를 연구하는 것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장기 교육은 사람의 손 감각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장기 전문인이 나아갈 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에는 알파고 말고도 프로기사 수준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대국 프로그램이 여럿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바둑 프로기사는 위축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 그러니까 바둑 연구와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기고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기력이 미천하지만 필자가 연구하였던 장기수(將棋手)를 널리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본 강좌의 기보를 장기판에 직접 놓아보고 한수한수 음미해보자. 그러다보면 중수를 넘어 어느덧 고수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믿는다.

 

기보 표기는 다음과 같다.

본인 진영은 항상 초()이고 상대 진영은 항상 한()이다.

기보의 좌표 체계는 가로를 먼저 읽고 세로를 나중에 읽는다.

) 32 -> 가로 3번째, 세로 2번째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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