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치료 약물은 없지만 외용제와 경구용 약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치료를 앞당길 수 있다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어떤 시인은 질병을 친구로 비유하였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막역한 친구로. 이왕 찾아왔으니 잘 쉬었다 가시란다. 역설과 상상이 대단하다. 시의 세계는 그런가 보다. 언어의 유희만으로 시련도 친구가 될 수 있고 한 치 혀에 온 우주를 압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상상해보자. 그 시인이 만났던 막역한 질병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감기를 지적하고 싶다. 누구든 1년에 두서너 번 정도 감기를 앓으니까. 그리고 소화불량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만 더 상상해보자. 잊을만하면 가끔 찾아오는 꽤 성가신 질병 말이다.

그렇다. 입안 염증인 구내염이 있다. 이러한 구내염을 아프타성 구내염(혓바늘)이라고도 한다. 아프타성 구내염은 정말 귀찮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다. 입안에 하나만 생겨도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렵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잠은 설치기 일쑤이다. 그러니 이처럼 가벼우면서도 성가신 질환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타성 구내염이란 무엇인가? 입안의 찰과상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피부의 찰과상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그 톡톡 쏘는 알알한 통증은 감전보다도 찌릿찌릿하다. 만일 이러한 상처가 타액()이 고여 있는 입안에 있다면 그 통증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쉽사리 낫지 않을 것이다. 타액의 물과 효소 때문에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내염은 점점 옆으로 퍼지게 되고 그 통증 부위는 더 넓어진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우리 몸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장치를 작동시킨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구내염보다 조금 깊은 기저층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튼튼한 조직이 구내염 위로 올라오고 그 순간 피부는 완전히 재생되어 구내염은 치료된다. 따라서 구내염은 부지불식간에 치료된다.

구내염은 왜 생길까? 치아로 깨물어서 생기는 경우는 물리적 원인이므로 당연하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저절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스트레스나 약한 면역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입안에는 수십 종의 세균이 상존하는데 평소에는 우리 몸의 면역계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던 중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몸이 피곤하면 면역계가 약해지게 되고 세균이 침투해 들어와 구내염을 일으키게 된다. 감기에 걸리거나 편도염이 생기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구내염 치료제는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치료 약물이 개발되지 않았다. 통증을 경감시켜 주거나 치료 시간을 단축시키는 정도에 초점을 둘 뿐이다.

이러한 구내염 치료제는 투여 경로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경구로 복용하는 약물이 있다. 주로 비타민과 소염제의 복합제 형태로 구내염 조직의 신속한 성장과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로는 외용제 형태로 연고나 가글형 약물을 포함한다. 오라메디(트리암시놀론) 연고를 자주 써보았을 것이다. 구내염에 직접 발라 구내염의 신속한 염증 치료를 돕도록 한다. 그러나 톡톡 쏘는 통증이 치료되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때에는 알보칠(폴리크레줄렌)을 쓴다. 이 약은 지혈제인데 구내염에 살짝 바르기만 해도 병변이 곧바로 지혈된다. 이로써 타액으로부터 구내염이 보호받고 통증도 곧바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바르는 순간 수초간은 매우 강한 따끔거림이 있으므로 각오해야 한다. 최근에는 통증 물질 자체를 제거해주는 가글액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가글 후 짧은 시간만 지속된다는 단점이 있다.

구내염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반갑지 않은 친구 같다. 찾아왔다면 통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구내염은 무작정 참지 말자. 초기부터 경구 복용약과 외용제를 병용하여 통증도 억제하고 조직의 신속한 치료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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