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살아있는 게 죄라고 느끼는가!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고

죽음은 말이 없는 법

등지는 일,

설리*는 설 자리가 없었고 견디지 못했네

나는 옷걸이다

나는 변기였고 전등이다

나는 단추다, 돼지다, 지하철이다

나는 밤이다

나는 뱀이고 까마귀다

농약을 생각했다

끈을 생각했다

죽음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런 풍경도 볼 수 없었다

세상은 소리를 구별하지 못했다

온통 불구덩이 속에서 아우성이다

나는 껌이다

나는 찌꺼기이고 토사물이다

미꾸라지는 저것들을 먹고 사네

나는 공중의 시가 된다

 

*설리 :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한 연예인. 25살 청춘의 나이로 악플 (악성 댓글)에 견디지 못하고 주검.

 

시작 노트

오영미 시인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란 얼마나 비통하고 안타까운가. 이 있으면 사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죽음에 대해 미리 예견하며 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은 순리라 할 수 있으나 고통과 괴로움에 의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인터넷이 발달하며 댓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공인에게 악성 댓글은 치명적이다. 젊은 청춘의 발랄함이 악성 댓글에 의해 삶을 접을 수밖에 없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 것일까? 온라인 커뮤니티가 무섭게 느껴지는 세상.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건전한 온라인 활동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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