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뭉쳤을 때 손가락으로 지압, 심할 경우엔 근육이완제 복용을...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다소 민망한 얘기를 꺼내보자. 본인은 대형마트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전자제품 마트 가는 것도 좋아한다. 물건을 값싸게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쇼핑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한 가지 즐거움을 위해서이다.

안마의자를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과거 20대 시절부터 그랬다. 그 당시 안마의자의 주된 수요층은 장년, 노년층들이었다. 안마의자에 죽쳤던 나 자신을 반추해보니 내 배짱도 철판같이 단단하였던 듯싶다. 그런데 천성이 그렇다. 난 안마, 주무르기, 지압, 마사지 불문하고 근육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다. 10대 학창 시절에도 내 뒷자리에 앉아있는 반 친구가 주물러주면 그 시원함은

감동 자체였다. 그 친구가 힘이 좀 센 편이라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

근래에 나 같은 사람이 많아졌다. 안마의자의 수요가 늘었다. 구매 연령대도 과거에 비해 폭이 젊은 층까지 넓어졌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안마의자를 살 생각은 하지 않고 체험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직원들이 보기에는 얄밉게 보일 것이다. 오죽하면 전원을 꺼 놓고 구매의사를 타진하는 손님들께만 체험토록 하겠는가. 인심 참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약물에도 근육을 주물러주는 약이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실제로 주물러 주는 약은 아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안마와 비슷하다.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로 근육이완제이다.

사람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근육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근육 활동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의 반복이다. 이때 근육은 포도당을 소비하는데 과한 경우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고 노폐물이 축적된다. 이러한 물질들 때문에 근육이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단백질이 응고되는데 이를 근육 강직이라고 한다. 근육 강직이란 쉽게 말해 근육이 수축하고 팽팽하다고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당연히 불쾌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근육 강직은 근육이완제를 통하여 완화된다. 근육이완제란 말 그대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역할 즉, 근육을 풀어주는 약물이다. 작용 부위에 따라 중추성과 말초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중추성은 경구로 복용하고 말초성은 주사로 투여하게 된다. 어감으로만 헤아린다면 중추성이 말초성보다 더 강력하고 부작용이 더 많을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초성은 근육 자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근육이 완전히 풀린다. 반면 중추성은 뇌에 작용하여 간접적으로 근육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복용하는 근육이완제는 중추성이다. 따라서 근육이 완전히 풀리거나 마비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뇌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졸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마치 뇌가 주욱 늘어지고 풀리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야간작업 또는 운전 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일반의약품으로서의 근육이완제는 클로르족사존 성분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 성분도 단일 제제로 생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진통소염제와 복합제제 형태로 생산되는데 근육이 뭉쳤을 때 근육통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근육이완제의 구매는 주로 일과 후인 저녁 시간에 이루어진다. 육체노동을 심하게 했던 근로자의 수요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근육이 뭉치거나 뻣뻣하다고 무작정 근육이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 근육이 뭉쳤을 때는 우선 뭉친 부위를 맛사지하는 것이 좋다. 뭉친 근육을 수축시켜 손가락으로 눌러주기만 해도 혈액순환이 되어 젖산과 노폐물이 제거되고 근육이 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육이 심하게 뭉쳤거나 신속하게 개운함을 되찾고 싶다면 근육이완제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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