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거미

 

원래 사랑은 외롭다

외로워서 사랑을 원한다

외롭고 외로워서 외로움 모르는 거미

거미는 사랑이 끝나면 수컷을 잡아 먹는다

암컷의 뱃속에서 한 몸 되는 것이다

액체였다가 고체였다가

물이었다가 끈이었다가

마음이라는 것이 액체이듯이

마음이라는 것이 고체이듯이

거미는 액체로 고체를 뽑아낸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 살아가는 거미

아라크네처럼 운명의 줄에 매달려

가로줄과 세로줄의 베틀에서

우주의 큰 집 짓고

그 집을 부수고

그러려니 끄덕거리길

만남과 헤어짐이 다 그러려니

아픔 내려놓길

카페에서 거미 같은 여자가 훌쩍이고 있다

 

 

시작 노트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혼자 사는 여자가 있다. 이별을 했거나 사별을 했거나 궁금하지는 않다. 중년이 훨씬 지난 나이 같으니 아가씨는 아닌 듯싶고, 혼자 살았을 것 같지도 않았다.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일인지 알 것 같기에 카페 창가에서 커피 마시며 우는 여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를 본 순간 거미가 생각났다. 거미줄에 거미가 두 마리 이상인 것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혼자였다. 혼자서 열심히 공중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매달려 꼼짝을 않고 있다. 내가 없는 사이 수컷을 잡아먹었을까? 과연 거미는 혼자여서 외롭다고 느끼며 살아갈까? 그렇지 않다.

외로움도 어설플 때 진짜 외롭게 느껴진다. 사노라면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뜻밖의 일들이 삶을 만들어 나간다.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고 맘껏 웃으며 사는 혼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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