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나라와 각 지자체의 경제규모는 커지고, 먹거리는 풍부해졌다.

그런데 왠일인지 국민의 건강지표 상에는 적신호가 커졌다. 식품 안전성이 낮아지고, 개인이 느끼는 건강에 대한 주관적 여론조사 결과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기초수급자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늘어나고, 비만율, 고혈압, 당뇨병 등 불량한 식습관으로 인한 성인병이 늘고 있다.

이는 식품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수입농산물과 가공식품 범람, 편리함만 찾는 소비문화가 먹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건강한 밥상 문화가 사라지고 있음에 기인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먹거리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나 계획이 없었다. 먹거리는 개인의 문제일뿐 기본권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고 있다.

먹거리 정책은 생산-유통-소비-환경-복지-일자리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정책이다. 푸드플랜에 있어서 행정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도록 물길을 만드는 것이며, 이 물길 위에서 민간 단위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환경, 복지가 흐른다. 다수의 부서가 관련된 폭 넓은 정책과제이다 보니 행정기관 내 관-관 거버넌스가 성공의 필수요건이 된다.

서산시푸드플랜을 추진함에 있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다양한 농산물 생산 기반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 생산자 중심의 농정에서는 농산물의 다양성보다는 특정 농산물(감자, 양파, 마늘 등) 중심의 재배를 지향했다. 이는 홍수 출하의 원인이 되기도, 중간 상인들의 밭떼기 수매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계절별 다양한 농산물이 없으니 지역농산물의 지역 내 유통망도 사라졌다. 전통시장 조차도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가락동 출하 농산물로 넘친다.

서산의 경우 음식점 수가 1,372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오는 농산물로 식자재가 채워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농산물 생산의 다양성을 복원하려면 지역내 유통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산의 경우 원예농협공판장(도매)과 동부시장(소매)의 유통망 복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식자재 유통업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10% 정도만이라도 지역농산물을 취급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여기에 고령농, 부녀농 중심의 중소농을 위해 농산물을 수집하는 기능 등 물류 지원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기업 설립을 유도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덤이다.

둘째, 1차 농산물을 넘어 상품 다양성을 갖추기 위한 권역별(면 단위까지) 1, 2차 농수축산물 가공센터가 필요하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 감소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중소규모의 가공센터로 마을방앗간(마을기업)은 새로운 변신이기도 하다. 여기에 서산시 관내 246개에 달하는 식품가공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좋은 협력 방안이다.

셋째, 푸드플랜 확산에는 단계적 접근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우선 학교급식, 공공급식, 군부대 납품 등 공공 분야와 사회적 확산이 큰 분야부터 접근해 나가야 한다.

서산시에서 학교급식(66), 공공급식(28), 단체급식(74) 등 공공급식 시장은 총 168억 원 규모다. 이 기반 위에 외식업(1,697억 원) 분야에 지역농산물 공급이 진행될 수 있다. 1,047억 원에 달하는 일반 소비자 시장은 다음 단계이다. 이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일년에 3000억 원 규모의 지역농산물의 선순환 유통이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년 수십 개의 기업유치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며, 지속가능한 생태보존의 가치도 실현된다.

소비자의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로컬푸드에 대한 가치의 재인식 캠페인과 교육, 건강한 식문화 확산, 건강한밥상 가족요리경연대회, 건강한 밥상 요리교실 등이 시민의 몫이다.

서산시푸드플랜의 성공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지역 내 건강한 농산물의 다양성은 농업이 없는 수도권 지자체와의 독점적 공급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서산시푸드플랜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시민건강을 책임지고 회복시킨다는 거창한 목표는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먹거리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이며 농업이 살고, 농촌이 사는 유일한 돌파구가 된다. 서산시 행정의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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