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철학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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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철학은 무엇일까?
  • 박두웅 기자
  • 승인 2019.10.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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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산이 묻고 순천이 답하다”
서산은 생태도시인가?...지속 가능한 서산을 위해 ‘자문을 하다’
"서산이 묻고 순천이 답하다" 토크쇼

생태 도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다. 서산은 생태도시인가?

한 도시의 미래비전은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유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도시를 위해 지금 우리는 중장기적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단기적으로는 구체적인 실현 과제를 찾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에 서산시대신문사에서는 7일 서산시문화회관 소강당에서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국가정원을 만드는 데 헌신한 모세환 순천시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를 모시고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의 사회로 천혜의 생태자원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가진 생태도시 서산의 미래를 위한 과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편집자 주

 

겨울 초입 시베리아에서 서산 천수만을 중간 기착지로 도착한 흑두루미는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오면 좀 더 따뜻한 순천만으로, 그곳에서 영양보충을 한 다음 일본 이즈미시로 날아간다. 3월 봄이 시작되면 반대로 일본 이즈미시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 흑두루미들이 순천만을 거쳐 천수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향 시베리아로 힘찬 날개짓을 한다.

이처럼 흑두루미로 이어지는 서산시와 순천시의 관계는 형제의 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흑두루미를 바라보는 양 도시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천학의 도시 전남 순천시에서 흑두루미는 보배중의 보배. 흑두루미는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순천시의 부의 원천이기도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만든 원천이기도 하다.

반면 매년 3000~40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는 서산시에서 흑두루미는 천덕꾸러기다. 일부 조류학자와 동물보호가, 그리고 환경단체의 관심대상일뿐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먹이나누기 현장 출입금지 푯말은 훼손되기 일쑤다.

최근에는 간월호 수상태양광과 염해지구 지정을 통한 태양광 열풍이 불고 있다. 개발에 대한 태양광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의 가치 보존에 대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다행스럽게도 가로림만 일대를 중심으로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이 중앙부처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고파도 폐염전의 복원 등 생태복원의 그림이 그려졌다.

천수만의 생태복원과 가로림만의 국가해양정원이라는 과제와 비전이 교차하고 있는 서산이다.

 

1992년만 해도 순천만은 버려진 땅

골재 채취 반대 투쟁...생태적 가치 재인식 계기

 

1992년 만 해도 순천만은 버려진 땅이었다. 시의 무관심 속에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넘쳐났다. 순천시 동천하도 정비사업을 계기로 1993년부터 민간 업체의 골재 채취 사업이 시작됐다. 순천만 갯벌 약 1아래에는 미세한 모래가 쌓여 있는데, 순천시가 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이다. 골재 채취가 이뤄졌던 장소는 현재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갈대숲 탐방로가 있는 곳이다. 마을 주민의 제보로 골재 채취 사실이 지역 시민·환경단체에 알려졌다. 이들은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사업허가 취소를 촉구했고, 1996년 전문가가 최초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와 다양한 염생식물의 존재가 보고되었고, 갈대숲이 갖는 정화기능이 알려지면서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받게 됐다. 순천만의 가치를 인식한 시민들은 순천만갈대제를 개최하였고 순천만살리기에 나섰다.

결국 1998년 순천시는 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2년 뒤인 2000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순천만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졌다. 20031월 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데 이어, 20061월 국내 연안 습지 최초로 순천만 갯벌(28)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후 순천만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국내 최우수 경관 감상형 관광지로 선정됐으며, 20086월 국가 지정 명승 제41호로 이름을 올렸다.

순천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순천만 주변 지역 7.73을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해 난개발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위해 전봇대 282개도 뽑았다. 철새들의 먹이 활동을 감안해 매립지 농경지 둔치에 습지를 복원하고 무논 습지도 조성했다.

2015년 순천만과 맞닿은 동천 하구 일원의 습지 5.39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20161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이로써 순천시는 관내 2개 람사르 습지를 갖게 돼 연안~하구~논 습지로 이어지는 주요 생태축을 구축하게 되었다.

순천만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순천국가정원이다. 순천시는 20134월 순천만에서 북쪽 약 4지점에서 순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해마다 증가하는 순천만 방문객을 도심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 여수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다소 앞당긴 개최였지만 이는 순천만으로 밀려오는 개발 압력을 막아내는 저지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국가정원과 순천만 사이에 건물 짓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생태보전지구 지정 주민반대 극심 험난한 여정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설득과 희생은 촉진제

순천시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모세환 대표
순천시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모세환 대표

 

순천만 조성이 처음부터 주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순천만에서 어로 활동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 습지에 인접한 11곳 마을 주민 대부분은 2003년 순천시가 순천만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갈대를 불태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할 때와 2009년 생태계보전지구를 지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순천시는 주민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았다.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을 설득했다. 환경단체에겐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부탁했다. 공무원들의 헌신은 눈물겨웠다.

그동안 3명의 지자체장 모두 순천만 생태복원의 가치를 이어 실천했고, 생태계보존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사업설명회대신 사업설득회라고 현수막을 걸게 한 간부직 공무원의 결단도 후일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네 개들이 우체부에게는 짖어도 순천시 공무원에겐 꼬리를 흔들 정도였다고 주민들은 당시 설득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을 회상한다. 만나는 주민들마다 이구동성으로 공직자를 신뢰하는 사회분위기는 무척 인상 깊었다.

25년의 공직생활을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도 순천만을 자연과 사람에게 돌려주는데 노력해 온 최덕림 국장은 생각하는 공무원이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으로 행복한 시민을 위해서는 고독한 공직자가 되라고 까지 말한다.

모세환 대표는 순천만살리기 성공요인에 대해 순천시민들은 생태보전의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지역사회 저변에 시민사회의식이 충전되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순천의 힘, 동력은 시민, 곧 주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모 대표는 순천시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순천만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갈등이 쎄게 부딪히고 나니 어느새 사회갈등 해결 능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책이 정원의 도시 순천을 만들었다

서산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렇다면 생태수도 순천의 동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모 대표는 책이 순천시를 만들었다고 단언했다. 순천은 인문학의 도시다. 도시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넘친다, 부모와 아이들은 작은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은 사회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정당한 성장의 권리를 보장하고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의 평등을 확대해 주어야 하며, 가능한 한 최선의 창조적 성장 환경과 최선의 봉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자 어린이 전용도서관인 민과 관이 함께 운영하는 순천기적의도서관 설립목적이다. 순천시는 원도심 재생에 나서면서도 우선적으로 식당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한옥글방을 만들었다. 순천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글방이다.

모 대표는 한 사서직 공무원이 추천한 책으로 공무원과 주민이 함께 읽고, 토론한 결과가 순천시 탄생 700년 기념공원을 만들었고, 그의 1000통의 편지가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찰스젱스 불렀다고 설명했다.

찰스젱스의 작품으로 순천국가정원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달팽이처럼 돌고돌아 먼 길을 올라가도록 만든 정원은 “1명의 휠체어가 올라가기 위해서 99명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담았다. 순천의 아이들은 이를 배우며 자란다고 덧붙혔다.

모 대표는 순천이 자랑하고 싶은 것은 수백명의 자원활동가로 민민거버넌스가 활발하다. 그를 기반으로 민관거버넌스가 작동한다. 오늘의 순천시를 만들어 낸 배경에는 주민주도형 사회분위기와 이에 함께 한 헌신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공무원들이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김경집 교수는 한 도시의 동력은 그 도시의 철학, 정체성, 방향을 결정짓는 사회적 인격성에서 비롯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우리 서산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서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그리고 서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철학은 무엇일까?

서산이 묻고 순천이 답하다는 토크쇼를 마치면서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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