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참나,

 

PC를 포맷하지 않고

하드디스크만 교체했다고 한다

잘 보관했다가 다시 달랬단다

수많은 복제품과 백업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너는 너이고

너는 그 여자이고

너는 그 딸이고, 아들이고

너는 그 어머니이고, 이고, 이고

거리는 좀비들로 가득차다

목소리를 빌려오고

얼굴에 파일을 씌운다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도 모른다

서로 만나도 모르는 척

내 안에도 다른 사람의 복제품이 들어 있다

누군가를 모방하고 따라 하는 것

이미 나는 기호로 소통할 뿐이다

참나, 참나는 참는 것인가

뜬구름 잡는 사기인 것인가

PC가 피씩 웃는다

 

시작 노트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세상이 온통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이 나라 이 조국이 누구의 나라이고 누구의 조국인지 혼돈이다. 민주주의를 꿈꾸었던 민중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이 세상은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기록하고, 증거를 남겨 모든 범죄 수사에 컴퓨터가 주요 증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자의든 타의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자료와 증거 속으로 복제되고 있다는 사실. 실제의 나와 복제된 나의 존재 찾기에 자신도 분간 못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컴퓨터 속에는 심오한 바다의 미역 냄새뿐 아니라 구린내 나는 화장실 냄새가 있으며, 죽은 내가 있으며 살려고 하는 네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거기 숨어 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