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약물

부위별 통증약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해열, 소염 작용도 함께 한다
심한 통증에는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고 가벼운 통증은 참는 것이 좋다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하이든 현악 4중주 Op. 76-3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 Op. 437

클래식 음악 얘기를 해보자. 위 세 곡의 공통점은? 음악애호가라면 부제가 황제임을 알 것이다. 음악사에서 황제라는 부제가 붙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황제에게 헌정하거나 후세가 그러한 부제를 달아주어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곡들은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 장중한 규모, 혁신적 작곡 기법, 새로운 화성법 등은 기본이고 연주에 화려한 기교가 필요하다. 소위 걸작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독자라면 잠깐 짬 내어 감상해보길 바란다. 자주 접하였던 멜로디가 곱게 흐를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만일 약에도 황제가 있다면 어떠한 계열의 약물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난 주저하지 않고 진통제를 꼽고 싶다. 혈압이 높으면 혈압강하제를 먹고 체온이 높으면 해열제를 먹을 것이다. 혈당강하제, 염증치료제, 간장약, 위궤양치료제 등 다른 계열의 약물들도 타깃은 다르지만 궁국적으로 몸의 상태를 정상 범위 내로 바꾸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핵심은 통증을 없애거나 경감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통증을 낮추고자 먹는 약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통제이다.

일반의약품 범위 내에서 진통제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를 의미한다. 용어가 복잡하지만 스테로이드 계열이 아닌 염증치료제라고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생뚱맞지 않은가. 진통제가 왜 염증치료제가 되는지. 역으로 생각하자면 염증치료제를 먹으면 진통효과가 있다는 뜻인데 신기할 따름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통증의 근원을 차근차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어딘가 손상 받게 되면 혈관을 넓혀 과량의 혈액을 보내 치료한다. 이때 감각신경이 과하게 자극받게 되는데 이것을 뇌에서는 통증으로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물질이 프로스타글란딘(PG)이다. 자세한 설명은 소략하겠지만 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진통제는 진통 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스타글란딘과 관련된 염증도 제거하고 해열 작용도 한다. 그래서일까. 진통제를 진통소염제’, ‘해열진통제라 칭하기도 하고 진통해열소염제라 부르기도 한다. 사실 다 동일한데도 말이다.

두통, 치통, 관절통, 생리통 모두 통증이다. 따라서 두통약, 치통약, 관절통약, 생리통약이 제각각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몸 어디든 통증이 있다면 어떠한 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이보다는 개인적 경험이 더 중요하다. 통증 부위에 따라 효과를 보았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시판되는 진통제는 이부프로펜, 타이레놀, 나프록센, 덱시부프로펜 정도이다. 이중에서 이부프로펜과 타이레놀은 비교적 오래된 약물인데 그만큼 효과나 안정성 등이 검증되었고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다.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이 없으므로 염증을 가라앉힐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질환 환자는 소량 복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이부프로펜의 부작용을 확 줄인 덱시부프로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견이지만 향후 이부프로펜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나프록센은 임상적으로 치통이나 관절염의 1차 치료제로 쓰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자. 통증 자체는 우리 몸이 자가 치료하는 과정이며 건강한 상태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만일 통증이 불편하여 진통제를 먹는다면 우리 몸은 자가 치료를 중단할 것이다. 물론 약의 도움을 얻어 치료는 계속 하겠지만 우리 몸 자체의 적극적 개입은 어렵게 된다. 그리고 진통제는 내성 발생률이 높다. 복용 초기에는 효과가 좋으나 복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는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치통 때문에 잠을 설친다거나 두통 때문에 직장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때에는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가벼운 통증은 약의 도움 없이 참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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