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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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 박두웅 기자
  • 승인 2019.10.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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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와 경기 서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양돈업계 종사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한번 걸리면 100% 폐사해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잠복기는 4-19일이다. 최초 확진 일을 기점으로 할 때 빠른 경우 일주일이 지나 잠복기를 거쳐 발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 국내 최대 사육지역인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의심증상은 다행히 음성으로 결론 나 한숨을 돌렸다. 충남은 국내 사육 중인 돼지 1100만여마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30만여마리가 사육 중인 명실공히 국내 최대 양돈산업 밀집 지역이다. ‘축산 1번지충남이 뚫린다면 국내 양돈 산업과 돼지고기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률이 높다.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에 육박한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은 지난 1월 몽골에서도 발생했고, 이어 베트남(219), 북한(523), 라오스(62) 등 우리나라 주변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발생건수만 해도 지난 7일 기준으로 중국 153(홍콩 2건 포함), 몽골 11, 베트남 6082, 캄보디아 13, 북한 1, 라오스 10건 등이다.

최근 3년간으로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돼지열병은 유럽 14개국, 아프리카 29개국, 아시아 6개국 등 세계 49개국에서 발생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범람하고 있는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발생 원인이 불명확하고 백신 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바이러스 유입경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열병은 돼지에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돼지열병 발생국을 다녀온 경우, 야생 멧돼지 등이 바이러스를 옮길 때 전염된다. 하지만 이번 확진판정을 받은 파주·연천·김포의 농가들은 이와 무관했다.

그러다보니 돼지열병이 임진강변 등 접경지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실상 이것도 검증된 정확한 답은 아니다.

일부 환경운동가와 동물권 운동가들의 공장식 밀집 축산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구제역, AI,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 모두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전염성 질병이기에 밀집 축산이 발병 원인이라고 보기엔 과학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구제역은 2000,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2019년 발병했다. 이는 시장개방과 괘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는 1993UR협상 타결을 전후해 여러 분야의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축산물의 경우 1996년 쇠고기를 제외한 축산물, 2001년 쇠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됐다. 1990년대 여행자유화 조치 이후 조금씩 늘기 시작했던 해외여행은 1997년 외환위기 발병 이후 주춤하다가 2000년 이후 인적, 물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시장개방과 가축질병 유입의 상관관계를 의심해볼만 한 대목이다.

이런 경향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에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떤 적이 있었다. 학교가 휴교를 하고 감염자는 강제 입원 격리되는 등 고강도의 방역조치가 이뤄졌다. 메르스는 중동지역을 여행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국내에 입국했다가 진료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이 전파된 사례다.

역사적으로도 질병의 지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된 사례가 있다. 1300년대 유럽인구의 30~40%를 죽게 했던 흑사병도 몽골제국이 건설한 실크로드와 아시아와 유럽 간의 무역선을 타고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고, 아즈텍제국, 잉카제국의 멸망도 스페인 등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 당시 유럽에서 넘어온 천연두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일어난 결과다.

우리는 전국을 누비는 가축수송차량, 사료수송차량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미국이나 호주의 생우가 국내로 수입이 되고, 미국과 유럽의 종돈, 종계, 종오리가 국내로 수입이 될 정도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뿐만 아니라 가축의 이동 또한 빈번한 세상에 살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경 통제에 의한 방역활동으로 전염을 차단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돼지뿐 아니라 냉동육 등 돼지고기 제품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한 후에도 계속 확산될 수 있다. 80도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를 하면 바이러스가 죽지만, 햄과 소시지 등은 그 이하 온도에서 주로 가공되기 때문에 축산물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 벌써부터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축산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나 되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4월부터 10개 부처 합동으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돼지열병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검역 인력과 탐지견을 늘리고 소시지나 햄 등 불법 축산물 반입 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1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 국경 검역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입법예고에 나서는 등 방역에 안간 힘을 쏟았지만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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