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동부시장표 한식뷔페로 명성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점심시간이 되면 동부시장 저자 꾼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밥을 기다렸다가 줄을 서서 사 먹었다.

밥과 찌개를 끓여 가리개도 없는 손수레에 싣고 저자 꾼들에게 밥과 찌개 한 그릇에 천 원을 받고 팔았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서산 동부시장 장춘분(여 51, 동문동) 씨의 밥은 난전에서 저자를 보는 저자 꾼들이나 상인들한테는 더 없는 효자 밥. 밥값은 천원이지만 먹고 더 먹어도 좋은 인심.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밥과 국은 몇만 원짜리 보다 더 맛이 있었다.

지금은 동부시장 채소 가게 옆 조그만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장 씨 가게가 있다. 장 씨는 들어오는 사람마다 목소리를 높여 크게 웃으면서 맞이한다. 평수는 댓 평 남짓 넓지 않다. 반찬 종류를 세보니 무려 열다섯 가지다. 접시에다 본인이 먹고 싶은 걸 가져다 먹는데 뷔페식 한식식당이다.

제일 맛있는 건 된장에 박은 깻잎과 누구나 입에 맞게 흑미를 넣고 부드럽게 지은 밥이다. 무슨 비법이 있는지 밥맛이 끝내준다. 밥을 먹고 커피로 입가심까지 하니 세상만사가 내 세상. 하지만 자리가 좁은 관계로 알아서 비켜주어야 지곡 밥집에 대한 예의다.

맛있게 잘 먹고 밥값 4,000원.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아요?”하니 “많이 팔면 남지만 적게 팔면 밑지죠” 한다. 그러면서 “언니 와줘서 고마워요”를 거듭 말한다.

이렇게 맛있고 푸짐한 한식 뷔페를 4,000원에 먹은 내가 오히려 고맙다.

천 원짜리 효자 밥에서 ‘착한 가격 업소’로 변신한 ‘지곡밥집’. 그곳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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