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자 축제 취재기] 서산박첨지놀이

정진호 마을공동체탱자성협동조합 이사
정진호 마을공동체탱자성협동조합 이사

3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를 관람하면서 괜한 심사가 뒤틀려온다.

지금은 비록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세계적인 문화재로, 문화마을로 발돋움이 가능한 인형극인데 하는 생각이 들자 공연을 보는 내내 살짝 화가 났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오페라는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지역에서 시작됐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문화예술 활동이 지금은 세계적인 예술분야로 발전한 것이다. 그중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마적, 베르디의 아이다〉〈리골레토, 푸치니의나비 부인〉〈투란도트, 비제의카르멘, 바그너의트리스탄과 이졸데〉〈니벨룽겐의 반지등은 우리에게도 낯익다.

서산시 음암면 탑곡리에도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가진 문화재가 있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된 박첨지놀이다. 보통 예술인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는 여타의 문화예술과는 다르게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전승·계승 되어왔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가 지난 22 박첨지놀이 전수관과 인근에서 열렸다. 당초 97일로 예정되어 있던 축제가 태풍으로 인해 연기되어 이날 개최된 것. 이날도 연 이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음에도 많은 관람객이 축제장을 찾았다.

대부분의 축제들이 공연 기획사나 이벤트사에 맡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박첨지놀이 인형극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축제장 주변에 박 인형을 설치하고, 소품을 만들고, 마을 이곳저곳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박첨지놀이의 독특한 차별성이자 경쟁력이다.

작은 마을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인형극이 마을주민들 스스로 지켜가는 마을의 공동체 자산이 되었다. 공동체는 파편화 되어가고, 개개인의 삶은 공동체 삶이 아닌 사유화된 삶을 살아가는 현실사회에서 문화를 통해 공동체 마을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첨지놀이 전수관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지는 박첨지놀이 인형극은 전승을 넘어 탑곡리를 박첨지마을로 만들 필요가 있다. 덴마크 오덴세에 있는 안데르센 동화마을처럼 박첨지놀이는 마을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옛 우물터를 비롯한 저수지, 주변 농경지, 마을회관, 고목, 박첨지놀이 인형극에 참여하는 마을예술인들의 집까지 문화마을로 조성할 수 있는 충분한 스토리가 있다. 문화마을 조성은 박첨지놀이 인형극을 마을문화에서 세계적인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박첨지놀이를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만들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박첨지놀이가 전승되어 지고 있는 마을을 문화마을로 조성하려는 고민과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박첨지놀이와 박첨지마을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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