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그 말을 하고도

오영미

 

소박한 밥상 위 수저를 어머니 손에 쥐여 주니 바르르 떤다

생선을 발라 밥 위에 얹어 드시라 했더니 손에 힘이 없다 하신다

아, 해보세요 꼭꼭 씹어 삼키시라 입속에 넣어 드리니 물고만 계신다

입속에 이가 없어 씹도 못햐 삼킬 수도 없어 목구멍이 아퍼 죽어야 혀

오물거리는 틀니가 들썩거리는데 그 말을 하고도 웃으신다

 

시작 노트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하신다.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은 기운이 더 없다. 당뇨에 신장까지 좋지 않으니 먹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수분이 있는 것을 피해야 하고, 물도 맘 놓고 마시지 못하니 얼음으로 갈증을 해소한다. 밥 한 끼 같이 하고 싶어 친정을 찾았을 때 마침 밥상을 차리고 계셨다. 깡마른 몸으로 부엌에서 생선을 굽는다. 큰딸이 좋아하는 고등어를 몇 번씩 뒤집어 차린 밥상에 앉아 엄마가 수저 들기를 기다렸다. 입맛이 없다며 물 말아 드신다. 대신 살아드릴 수 없는 삶이 까맣게 말라간다.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하라 했지만, 불효만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 죄스럽다. 맘에도 없는 말 뱉어놓고 사실이 아니란 걸 들키기라도 한 양 맥없이 웃는 엄마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본다. 이 세상 어머니는 다 그렇게 자식 앞에서 아기가 되어간다.  유람에서 무덤까지 생의 반복인 어머니.

서산시인협회 회장 오영미 시인
서산시인협회 회장 오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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