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정 눈높이 해오름 영어교사
구혜정 눈높이 해오름 영어교사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으레 학원으로 올라오는 계단의 시끌벅적한 “선생님 저왔어요”라는 소리. 그러면 나는 교실 입장 후 최소 나와 한 시간 이상을 함께 해야 하는 요 녀석들에게 먼저 기분을 업 시켜 주기위해 새로운 한 가지를 발명하여 던져주는데 가히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바로 녀석들이 먼저 문을 열자마자 “필승” “충성”이라고 말하면 나는 곧장 육해공 계급별로 별명을 지어 아이들의 인사에 어울리는 단어로 맞받아 인사를 한다. 서로 1초라도 먼저 높은 계급장을 부여 받고 싶어 교실에 입장하는 모습이라니....

그로부터 잠시 후, 아이들은 각자의 호칭에 만족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아 수업에 임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수업 분위기다. ‘교실 입장부터 재미있게 즐겁게!’

이제 본격적인 영어공부에 돌입할 시간. 먼저 1:1 테스트다. 이것은 눈과 귀가 동시에 집중을 해야 하기 떄문에 초긴장 상태가 된다.

사실 영어라는 과목은 4개 영역을 두루 거쳐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때문에 섣불리 건너뛰면 안 된다. 테스트가 끝나면 동시에 결과가 나오는데 그때 나는 바로 틀린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지켜온 나만의 철칙이다. 대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테스트 하는 동안에는 그들이 지닌 장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설사 한 문제도 맞지 않은 친구일 지라도 말이다.

얼마 전 A가 바로 그런 학생이었다. 그 아이에게는 오히려 달달한 초콜렛 하나를 건네며 “오늘 학교에서 많이 피곤했구나! 뇌가 지금 달콤함이 부족하다고 말해주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왔더니 컨디션이 별로라서요.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죄송해요”라고 미안해했다.

나도 교사이기에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시무룩하게 집으로 돌아갈 A에게 “괜찮아 힘내. 그럴 수 있지. 넌 지금도 빛나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빛날 거거든. 그러니 기운 내. 다음에 잘하면 되지.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만나자”라고 말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A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A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유인 즉슨,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A가 2시간동안 책상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 하더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어서 A의 어머니는 “ 뭘 그렇게 까지 하니?” 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너무 꼼꼼히 질문을 하셔서 틈이 없다”며 “준비를 해가지 않으면 다시 공부해서 테스트를 봐야 한다. 때문에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대답하더란다. A의 어머니는 대화 말미에 “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학습 할 수 있게 기틀을 마련해 준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A에게 특별히 해 준 것은 없다. 그저 길을 열어 준 것 뿐이다. 많은 곳에서 인용하는 문구가 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말이다. 단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고 희망을 얘기해 준 것뿐인데 아이는 스스로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나를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그들이 충분히 빛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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