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치료, 약보다 원인부터 제거하고 식이요법 권장

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⑭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약국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주로 약에 관한 상담을 청한다. 약국이니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약과 사촌 격인 질병에 관한 상담을 청하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환자들 눈에는 약사가 약은 물론이고 웬만한 질병들에 대해 꿰뚫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질병에 관해서는 자주 경험하거나 보게 되는 수십여 가지 빼고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냥 어떠한 질병인지 개략적으로 알뿐이다.

사실 이름만 들어도 대충 어림짐작 가능한 질병들이 많다. 아무리 희귀한 질병일지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위염이란, ‘위(胃)’와 ‘염(炎)’의 합성어이므로 위장기관의 염증 상태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중이염이란 무엇이겠는가? 중이(中耳)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중이는 귀의 내부중간쯤 어딘가에 있으므로 대충 귀의 내부에 염증이 있는 상태로 짐작할 수 있다. 질환명이란 다 이런 것이다. 그냥 마구잡이로 붙이는 게 아니고 질환의 위치와 상태를 적당히 조합하여 만들어 낸다.

학부 1학년 갓 신입생 때였다. 전공 불문하고 1학년 때에는 주로 교양 과목만 배우게 된다. 그러니 내가 질환이나 약에 대하여 무얼 알겠는가? 그런데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약대 입학 순간부터 약이나 질병의 전문가로 보았던 거 같다. 동네 지인이 질문하면 자존심에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질병 이름에서 눈치껏 설명하고 넘겼다. 어느 날 과외 중 한 학생이 ‘변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변비를 겪어 보지 않아 어떠한 질환인지 몰랐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변비’라는 질환명을 분석하면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당당하게 ‘변’이 ‘비’오듯 하는 증상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설사와 동일하다고 설명하였다. 나중 정반대로 설명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얼굴을 내밀기가 어려웠었다. 왜 ‘변’이 ‘비축’된 상태라고 생각하지 못하였을까?

이처럼 변비는 설사와는 정반대로 대변이 장 내에 오랫동안 비축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 기준은 배변 횟수로 판단하는데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둔다. 배변 횟수가 여성은 1주에 3회, 남성은 5회 미만인 경우를 변비의 기준으로 삼는다. 물론 절대적 기준은 아니니 배변 횟수가 적더라도 배변 활동이 규칙적이고 평소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변비라고 할 수 없다.

변비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된 식생활이다. 일상생활에서 적절한 식사량과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 등으로 식사량을 줄인다면 당연히 대변량과 배변 횟수도 줄어 변비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식이섬유는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아침식사를 거른다거나 수분 섭취량이 적을 때에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의도적으로 변의를 참거나 환경 변화 등 심인성 요인으로 습관이 되어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변비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약물복용은 최후의 수단임을 명심하자. 왜 그럴까? 다른 치료 약물들은 습관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변비치료제는 습관성이 높아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남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비 치료는 우선 그 원인을 파악하여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원인을 모르더라도 식이요법만으로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당장 수분과 식이섬유의 섭취량을 늘려보자.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장 자체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심각할 때에는 약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변비 치료제는 주로 3가지 계열이 임상적으로 쓰인다. 염료하제인 마그네슘(Mg)은 장에서 수분을 끌어 모아 변을 부드럽게 하여 배출을 돕는다. 비슷한 원리로 팽윤성 하제도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크게 하여 변의 배출을 돕는다. 한편 자극성 하제는 장을 자극하여 강제적으로 변을 배출하도록 돕는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장이 자극 받아 설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시판되는 일반의약품들은 이러한 3종의 변비 치료제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배합되어 있다. 따라서 어떠한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성분상 큰 차이는 없다. 물론 배합 비율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약효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본인이 효과를 보았던 약물을 잘 기억하거나 적어두는 것이 좋겠다.

반복하지만 변비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변비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수분과 식이섬유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며 약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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