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추석이 다가 온다.

사람들은 잠시 일상의 삶을 접고 고향집을 향할 것이다. 추석을 맞는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 놓치고 살았던 우리를 뒤돌아본다. 부모형제는 어떤 존재이며 우리들의 삶은 무엇일까.

장영주 국학원 고문은 오가삼도(五家三道)라는 말로 이를 풀었다.

삶이란 ()과 앎()’의 합성어이며 삶을 사는 존재인 사람이 주인이다. 그러니 내 몸집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주인다운 내 마음이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땅을 어머니(地母)라고 하고 그 생명의 씨앗을 주시는 하늘을 천부(天父)라고 하였다. 사람은 천부지모의 조화로 땅에 핀 꽃인 지화자(地花子)’라고 했다. ‘지화자 좋다라는 민요의 추임새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조화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기쁜가라는 뜻이다.

장 고문은 삶의 주인인 사람은 누구나 다섯 개의 집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다섯 개의 집이란 가장 작은 단위인 일신(一身)의 몸집으로 부터 가정(家庭), 국가(國家), 사해일가(四海一家), 우주(宇宙)라고 말했다. 내 마음의 집이 내 몸집이고, 가족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은 가정이며, 국민의 민심이 함께 하는 곳이 국가이며, 사람뿐 아니라 모두가 깃들어 사는 곳이 사해일가 곧 지구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바탕이며 주체인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인 우주가 사람의 가장 큰 집이라는 말했다.

누구에게나 오가(五家)는 있다. 하지만 다섯 개의 집도 사람에 따라 정갈하기도 하고 폐가처럼 내버려지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밭에 나가는 발걸음이 뜸하면 잡초가 주인 행세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다섯 개의 집을 잘 가꾸며 살고 있는 걸까?

장 고문은 효심(孝心), 충심(忠心), 도심(道心)3도라 했다. 다소 유교적 냄새가 많이 나는 말이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가족에 대한 마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후손에게 물려 줄 자연환경을 아끼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부모형제를 만나는 추석이면 다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생각한다. 조상을 생각하는 차례를 지낼 때마다 우주라는 말이 얼마나 철학적인지 감탄을 한다.

우주는 우리말 울과 줄이 모여진 말이다. 여기서 (타리)’은 공간이며 은 먼저 온 시간순서로 모이라는 뜻이다.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 일신이 바쁘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피곤하고 지친 삶의 무게로 올 추석 부모형제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추절의 크고 밝은 달을 바라보며 을 생각해보자. 숨을 한 번 더 크게 내쉬며 한 번 뿐인 생에서 오가(五家)를 어찌 가꾸며 살아가야 하는지 뒤돌아보자. 부모형제를 찾지 않는 추석처럼 내 삶을 폐가처럼 버리지 말자.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