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 없다” 의문

시민사회단체, ‘수박 겉 핥기식 안전·환경분야 투자계획’ 안된다

[이슈] 대산4사 안전·환경 투자계획 발표

대산4사 임원진들이 향후 5년간 안전·환경분야 투자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산4사 임원진들이 향후 5년간 안전·환경분야 투자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2,173억 원

한화토탈() 3,486억 원

LG화학 1,407억 원

롯데케미칼() 1,004억 원

 

공장 노후화에 따른 크고 작은 화학사고와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으로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대산4사는 828향후 5년간 안전·환경분야에 8,07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주관한 이번 투자계획 발표회에는 서산시와 시의회 및 지역주민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기업별로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현대오일뱅크()는 설비안전진단, 노후설비소방설비 개선, 환경개선투자 및 안전환경인프라 확충 등에 2,173억 원을, 한화토탈()는 환경기준강화 설비투자, 배출시설 성능개선, 공장안전설비보완, 노후설비교체 등에 3,486억 원을, ▲ ㈜LG화학은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설치, 입력안전밸브 이중화, 안전환경 노후시설 교체 1,407억 원을 롯데케미칼()는 질소산화물 배출저감시설 교체, 전공장 정기보수 환경개선, 노후시설 교체 등 1,004억 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맹정호 서산시장은 투자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확인할 민관합동점검반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산4, 노후설비 교체·환경개선 시설에 집중

민간합동점검반에 시민단체, 노동자 참여 보장 필요

안전관리 인원 충원, 주민 위한 검진센터 건립 담겨야

 

대산4사 임원들이 밝힌 투자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노후설비 교체와 정부의 강화된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한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시설 등 환경개선 분야에 집중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투자 규모만 앞세운다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냐며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5년 뒤 배출가스 감축량 등 구체적인 개선 계획이 빠져 있는 점도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극 서산시 대산읍 독곶2리 이장은 "지역주민들이 뭔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투자가 돼야 한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리고 지금 설비 투자가 신규 성능 설비 투자인지, 아니면 노후화에 따른 교체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자회견을 접한 주민들은 기업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냐는 점에 의문을 표출했다. 많은 주민들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배출가스를 조작하거나 불법 배출시설로 오염물질을 몰래 내보내는 일들이 벌어졌던 과거의 행태로 인한 불신을 쉽게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기업들이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계획을 세웠다는 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목표치나 개선 방안이 없는 수박 겉 핥기식 투자계획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다만 서산시가 제안한 투자계획 합동점검반 운영에 대해서는 긍적적 반응을 내놓았다. 합동점검반에는 시민단체들도 적극 참여할 것이며 점검반에는 공장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대산4사 노동자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신현웅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산4사 임원들은 8070억 원에 달하는 설비·기계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실상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투자계획 언급되지 않았다. 화학사고의 경우 골든타임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관리 부서의 인원 충원과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 지키기 위한 위험대피시설 건설, 방독면 지급, 훈련 계획,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검진센터 건립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는 앞으로 “30년 된 노후설비 교체 위한 국회 특별법 청원운동 전개와 주민감시단 및 화학물질대비지역 구축 사업 요구, 그리고 10월 중 '안전한 서산 만들기' 걷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안전·환경분야 투자계획과 관계없이 대산4사가 계획중인 향후 투자규모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산4사 석유화학 투자 규모는?

 

우선 현대오일뱅크는 직접적인 석유화학 분야 투자보다는 기존 석유화학 업체와 연대를 통해 신사업을 도모하며,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고,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 등을 통해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 부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롯데케미칼과 2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산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두 회사는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시설의 신설 투자에 나선다. 또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15만평) 부지에 HPC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어 현대오일뱅크는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도 총 2,600억 원을 투자한다. 아로마틱은 혼합자일렌을 원료로 파라자일렌과 톨루엔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분야다. 현대케미칼이 1,000억 원 규모의 설비 보완과 증설공사를 마무리하면 아로마틱 원료인 혼합자일렌 생산능력은 연간 120t에서 140t으로 확대된다.

현대코스모도 최근 1,600억 원 규모의 공장 증설 계획을 확정하고 상세설계에 착수한 바 있다. 내년 6월 공사가 완료되면 대표 아로마틱 제품인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18t 늘어난 연간 136t에 이르게 된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215,036억 원, 영업이익 6,610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지만 최근 유가·정제마진 하락 여파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14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익은 1,008억 원으로 64.3% 감소한 상태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올해 8,251억 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이 중 금액 대부분이 시설투자비에 쓰일 예정이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올해 생산시설 투자에는 7,564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설투자에 투입된 금액이 5,547억 원임을 고려했을 때 36% 증가한 셈이다.

한화토탈은 에틸렌(46t), 프로필렌(17t), 폴리에틸렌(40t), 폴리프로필렌(40t) 등의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2020년까지 대산 공장에 14,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투자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핵심 사업 및 신산업에 2022년까지 2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화학 사업에 투입되는 투자금액은 5조 원이다.

한편 한화토탈 측은 올해 계획된 8,000억 원대의 투자금액을 내부유보 및 외부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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