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에서 천년의 도감을 발견하다

쉼을 그리는 또 다른 눈길

보령 Boryeong

 

 

#비밀을 찾으러 길을 나서다.

 

8월 끝자락의 태양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피부 속으로 스미는 잔잔한 바람은 벌써부터 마음을 가다듬어 짐을 꾸리려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 차라리 보령에 있는 죽도 상화원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건 어때?”
후배의 말 한마디가 용현계곡에서 보령으로 바뀌는 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름도 신비로운 비밀의 정원이란 사실에 망설일 틈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가방 하나를 어깨에 메고 늦은 아침에 길을 나섰다.

 

 

 

#접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상화원 매표소 입구에 서니 갑자기 왜 어린왕자의 이 말이 떠올랐을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정원을 보기 전에 미리 마음으로 봐야 된다는 다짐을 스스로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신비의 정원을 들어가려니 벌써부터 마음이 색다른 가짐으로 무장을 한다.

 

#상화원을 만든 주인공은 대학 교수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인 홍상화 시인

 

보령 죽도 상화원 ‘비밀의 정원’은 대학 교수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인 홍상화 시인이 3년 동안 정성들여 만든 개인 사유지로 현재는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운영되고 있다. 사실 20년 전부터 작가는 죽도에 한국식 정원을 짓기로 이미 구상했다고 한다. 
상화원은 보령 8경의 하나로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살아 쉼 쉬는 아름다운 정원. 한쪽은 바다로 되어있고, 반대쪽은 잘 가꾸어진 초록 짙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처음 이곳을 오자고 했을 때 “여객선 타는 선착장에서 만나자!”는 내 말에 후배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혼자 배타고 들어가던지.... 우린 차타고 갈 테니” 알고 봤더니 간척사업으로 이미 육로와 연결된 다리가 훤칠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 늦은 저녁이라면 석양을 바라보며 책 한 줄 읽어도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로 만든 통로에 지붕형 회랑(回廊)이 출구까지 이어져 있다. 회랑은 2㎞ 남짓 거리로 눈비가 와도 걷기가 가능해서 좋다.
“오늘 이슬비가 내렸으면 좋겠어”라는 내 말에 “난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라는 지인들. 이곳은 비가오던 눈이 내리던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거닐어도 된다. 때론 걷다가 힘이 들면 해변 독서실에 앉아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봐도 좋고 좀 늦은 저녁이라면 석양을 바라보며 책 한 줄 읽어도 좋다. 
해변 독서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생각에 담아 빚은 상화원 비밀의 정원. 역시 자연 속에 서 있으니 풍경의 운치도 보너스로 더해진다.

 

 

#입장권 영수증을 제출하면 언덕 위 의곡당에서 커피와 떡을 준다

 

우리 일행은 섬의 지형 그대로 만든 길 속에서 행복한 걸음을 옮기다 말고 넓은 목조의자를 찾아 자리를 틀었다. 자리에 앉아 언덕 위를 바라보니 경기도 화성 관아의 정자(현존하는 목조건물 정자로는 가장 오래됨)를 이곳으로 옮겨다 놓았다는 의곡당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웰컴 투 상화원! 라운지 역할의 의곡당에 입장권 영수증을 제출하니 무료로 커피와 작은 떡 한 조각을 준다. 맛나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을 꼽는다면 식당이나 매점, 그밖에 기념품들을 절대 팔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입장료 외에는 돈 쓸 일이 없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그저 보고 듣고 그리고... 
‘수고한 자 와라. 그리고 제대로 쉬어라!’ 이곳에 온 여행객들의 숙제는 ‘여유롭게 쉬어가야 된다는 것. “그대. 그렇다면 숙제는 잘 마쳤는가?”

 

 

 

#바다와 연못, 하늘과 바람, 그리고 8월의 한옥 마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인 정원을 마주하고 회랑을 거닐며 돌자니, 주변의 아름다운 서해바다와 풍광이 해송과 어우러져 감탄사를 그린다. 그렇게 일행과 한참을 돌다 작은 연못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다시 보는 바다와 연못, 하늘과 바람, 그리고 8월의 한옥 마을.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상화원을 보며 절로 탄성이 나왔는데 막상 오고 보니 신비한 느낌이다. 역시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완벽한 풍경을 보여준다. 
나는.... 나는 한옥마을을 이곳에서 만나니 심하게 느낌이 좋다. 정해진 스케줄만 없다면 이곳에 한 이틀만이라도 편안히 머물고 싶었다.

 

 

 

#한옥 9채. 상화원의 자연미와 멋지게 조화되어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전통 한옥 9채는 상화원의 자연미와 멋지게 조화되어 편안하게 쉬고 싶은 시골집 같은 느낌이 났다. 한옥 뒤뜰에는 비가 오면 윗집 마당에 고인 빗물이 수로를 타고 중앙 계단처럼 생긴 곳으로 폭포수가 되어 떨어진다. 폭포 앞 대청마루 문을 열면 코앞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폭포수와 물바람, 바다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힐 것이다.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 내는 상화원의 한옥마을은 연중 누구나 들어가 편히 쉴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앉아 전통차 한잔과 다과를 나눠 먹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신선이 따로 없지 않을까.
사람의 온기가 따스함으로 남아있는 목조 주택은 역시 ‘사람이 기거해야 오래 보존’ 할 수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다.

 

 

#초록초록 상화원 비밀의 정원

 

비밀의 정원은 정말 신선이 노닐던 곳이 맞을까? 광활함, 기교, 한옥마을, 물의 흐름, 조망, 야생화, 하늘정원, 회랑, 휴일만 쉼, 걷기, 앉기, 바라보기 등을 두루 갖춘 것 보니 어쩌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또 하나 이곳은 금·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만 문을 연다는 것. 평일에는 자연도 좀 쉬어야한다는 지론만 보더라도... ‘그래 어쩌면 해답은 평일에 있었어’
입장료 성인기준 6천원이지만 지역 주민이나 어린 친구에게는 4천원으로 개방하는 이곳 상화원. 새로운 사실은 랜덤으로 차량이 정원 속으로 출입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권하진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초입부터 시작하는 회랑을 밟을 수 없을 테니까.

 

 

 

#다시 떠날 이유를 남기고...

 

바다와 한옥! 
생소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날, 한옥에 등을 기대고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어딘가에서 매미소리 잔잔히 들리고 때 이른 귀뚜라미가 작은 소리로 마음을 간지럽혔다. 
어쩌면 이런 비밀스런 곳에서 또다시 하루를 즐길수 있게 된다면 나는 살아있다는 찬란함에 몸살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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