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다시, 능소화

오영미

 

여름엔 능소화처럼 살자

뜨거운 햇빛 삼키며

붉은 정열 태우며

허리띠 칭칭 감아 강건하게 살자

구차하지 않으나 조금은 거만해도 좋으리

불의에 굴하지 않는 고귀함으로

한낮 환하게 불 밝히는

아름다운 세상 등불 되어 살자

주어진 소명 다하는 날까지

매무새 흩트리지 않고

가는 날 되어 부끄러운 마음 남아 있거든

목숨 아깝지 않게 심지만 남겨 둔 채

부귀영화 모두 던져버리자

열심히 살아 공중 하늘 올라 내려다보았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보았거든

홀연히 낙하하여

다음 생에 잊히지 않는

능소화 되어 다시 피어나자

 

 

詩作 노트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능소화의 꽃말은 여성, 명예다. 한여름 고혹의 주황으로 피어나 행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열정의 아름다운 꽃이다. 화려함만큼 명예도 지킬 줄 알아 지조 있는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지 않나 싶다. 옛날 문과에 장원급제한 사람이나 암행어사의 모자에 꽂았던 어사화. 백세시대에 맞지 않게 능소화는 한창일 때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는다. 구차하거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꼿꼿하기 이를 데 없는 자존심이 강하다. 가끔 부와 명성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욕심부리며 명예를 내려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볼 때 능소화가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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