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오래전에 개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한의 국보급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되었다가 국보 문화유물 제159호로 변경된 조그만 석재 다리에 담긴 역사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 다리는 선죽교로 1392(조선 태조 즉위년) 정몽주가 후에 태종이 된 이방원의 일파에게 피살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원래 선지교(善地橋)라 불렸는데, 정몽주가 피살되던 날 밤 다리 옆에서 참대가 솟아나왔다 하여 선죽교(善竹橋)로 고쳐 불렀다고 전한다.

핏자국처럼 불그스레한 표시가 다리 위에 있었으나 안내원은 실제 핏자국이 아니며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후대가 '핏빛이 나는 돌'로 바꿔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죽교 건너편에는 표충비가 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정몽주 충정을 찬양하는 비석을 이고 섰는데, 각 각 조선의 21, 26대 임금이 만들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이방원은 정적인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하여가를 불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이에 대한 정모주의 답변은 단심가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든없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야 있으랴.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충효와 단심(丹心)이란 단어가 한없이 가벼워진 오늘날. 우리는 이들의 문답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역사는 물처럼 흐른다. 그중에 현재가 있다. 지금의 물은 지난 역사의 기록을 실고 흘러왔고 미래의 대한민국은 오늘의 모습을 닮아 흘러간다.

다시 말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결정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현재 우리 모습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고금(古今)과 동서를 불문하고 지도자에게 바라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발전'문화 진흥' 이 두 가지 숙제를 풀어갈 능력을 가진 권력집단은 백성 또는 국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외면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 권력쟁취라는 목전의 이전투구만 난무하는 듯하여 씁쓸하다 못해 불안하다. 싸움에도 멋스런 싸움이 있고, 시장잡배들의 난잡한 싸움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투쟁에는 국민을 위한다는 최고의 목표가 흔들려서도 그 수단이 추잡해서도 안된다. 명분과 원칙을 벗어난 자기 이익을 위하여 진흙탕에서 싸우는 볼썽사나운 개싸움을 그 어떤 국민이 박수를 치며 응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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