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읽기】 평범하지만 뜨거웠던 판사의 마지막 재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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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읽기】 평범하지만 뜨거웠던 판사의 마지막 재판 일기
  • 최미향 기자
  • 승인 2019.08.2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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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저자 정재민/창비 출판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저자 정재민/창비 출판

 

 

판사로서 마지막 재판을 진행하며 느꼈던 소회를 형사재판 과정에 맞춰 써내려간 책으로, 10여 년 간 무수한 고민들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다. 지금은 재판정을 떠난 전직 판사이자 작가 정재민. 이 한권의 책 속에는 현직 법관들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진솔하고 자유롭게 재판과 법, 일상의 정의와 법정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작가는 실제 법정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그곳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해도 속으로는 함께 울고 웃는 판사의 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한 필치로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가지각색 피고인의 삶도 들여다보며 딱딱하고 준엄할 것만 같은 법정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법정이야말로 가장 뜨겁게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는 곳임을 보여줬다.

특히 저자가 피고인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양형 문제를 꺼내들거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마녀사냥과 도덕주의 문화를 꼬집는 부분들은 제도의 문제를 넘어 인간에 대한 문제로 고민을 확장시켰다.

한국사회에서는 좋다’ ‘나쁘다라는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쉽게 마녀를 지목하고 함께 돌을 던지는 여론몰이가 유독 심하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그토록 도덕을 따지면서도 막상 다른 사회에 비해서 더 도덕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재단하고 판단하고 형벌을 내려야 하는 극한 직업, 판사. 더구나 형사재판이라면 누군가의 목숨과 눈물이 걸린 일이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끝내 칼을 들어야 하는 것이 또한 판사다. 저자는 판사 생활을 통해 좀더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인간을 판단하는 삶이 아닌 인간과 부대끼는 삶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판사 시절에도 유엔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즐겼던 저자는, 또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 결국 과감하게 재판정을 떠났다. 판사라는 직책을 용감하게 내려놓은 이유로 사는 듯 사는 삶을 말했던 저자,정재민. 여전히 그는 인간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판사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 범죄와 재판, 정의와 불의, 인생과 처벌을 끈질기게 고민한 이번 책은, 이 시대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그리스신화 속 인물을 떠올리며 언젠가부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세상을 말과 글로만 간접적으로 접하는 좁은 법정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 그것이 사는 듯 사는 삶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306쪽으로 1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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