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시인의 풍경이 있는 이야기

 

싸리나무 울타리에 박이 열렸다.
싸리나무 울타리에 박이 열렸다.

 

여름이 한창 시작되면서 싸리나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싸리나무 꽃은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서 반가운 꽃이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는 어디든 아름드리 연보랏빛 무더기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어느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서민적인 꽃이다.

싸리나무는 옛날부터 사람들과 가까이서 함께 한 흔하면서도 우리에게 유익한 나무였다. 싸리나무를 약으로 잘 먹으면 100세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 의원 역할을 해주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나무로 예로부터 우리 생활에 참으로 많은 편익을 제공해준 나무다.

일상에서 소용되는 소쿠리, 채반, 크고 작은 바구니 등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나의 어릴 적만 해도 마당을 쓰는 빗자루는 모두 싸리나무였다. 줄기가 단단해 지팡이로도 사용했고, 나이 들어 감사함을 알게 되지만 당시엔 제일 두려웠던 훈육에 쓰이는 회초리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고을 원님이 되어 부임지로 가는 길에 싸리나무를 발견하고 가마에서 내려 싸리나무에 대고 절을 했다.

주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상해서 물었더니, 자기가 원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은덕이기도 하지만, 싸리나무 회초리로 맞은 덕분이기도 하다며 싸리나무 덕분에 열심히 공부하여 고을 원님이 되었으니 고마워서 자꾸 절을 한다는 것이었다.

내게도 싸리나무 울타리의 정겨운 추억이 있다. 마을에선 싸리 꽃이 지고나면 단단한 가지를 엮어 담(울타리)을 쳤다. 그 엉성한 가지들로 친 울타리는 한 겨울 매서운 바람도 막아주고 산짐승들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해마다 늦가을 농사가 마무리 될 때쯤이면 초가집 지붕을 짚으로 엮어 덮고, 싸리나무를 엮어 새 울타리를 쳤다.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였다.

나즈막한 울타리 너머로 친구를 부르던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웠던 담벼락. 그 싸리나무 울타리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싸리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은 우리나라 민족의 정서와 닮은 나무이기도 하다. 꽃말은 생각, 사색, 상념...생각이 많아 그리 훌륭한 나무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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