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⑩

 

장하영 약사
장하영 약사

대부분 사람들은 약국이라는 현장이 타 직업에 비하여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은 업종과 상관없이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환자마다 필요로 하는 게 다르고 시간대에 따라 환자들의 방문 빈도는 차이가 크다.

평균을 내보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약국들은 오전과 저녁 시간대,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편이다. 오후 한낮에는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처방용 의약품은 오전 시간대에 많이 나가고 일반의약품은 병의원이 문을 닫은 퇴근 시간대 이후에 많이 나간다.

사실 약국에서는 퇴근 시간대 이후가 재미있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질환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사람들의 약복용 습관을 추적할 수 있어서이다.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약을 복용하는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약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약을 적게 먹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는 증상이 심한데도 자연치료가 좋은 거라면 약 먹기를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약 먹기를 싫어하지는 않으나 약 복용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거나 소심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이 응대하기 가장 어렵다. 심지어는 귀찮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약국에 자주 전화를 걸어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으니 답답함이 가끔 화로 표출되기도 한다.

반대로 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약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분들은 약복용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약의 적정량을 헤아리지 않고 복용한다면 약물 남용의 문제가 있으니 건강상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약을 구매한지 하루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약을 정시에 정량을 먹는 사람들이다. 약을 과량 복용하는 경우도 없고 복용을 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알람을 설정해 놓고 복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물론 두통에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머리가 너무 많이 아파 동일한 진통제 두 알을 먹었다. 그런데 아무런 효능이 느껴지지 않아 세 알, 네 알... 등으로 약을 계속 증량하였다. 물론 부작용은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면 약을 마냥 증량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약들은 최고효능(efficacy)이 정해져 있다. 최고효능이란 쉽게 말해 약의 근원적 성질로서 약 효과의 한계 또는 최고치를 말한다. 흔히 들어보는 모르핀(마약성 진통제)은 최고효능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수술 후 진통제로 자주 쓰인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대부분의 약들은 1~3개 정도면 최고효능을 나타낸다. 1회 복용량을 아무리 늘려봤자 약 효과 그 자체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특정한 약을 먹었는데 약의 효과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약의 복용량을 필요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건강과 약에 대하여 얘기할 때가 많을 것이다. 개인이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하여 정보도 나누고 추천하는 등 광고 아닌 광고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약의 효과를 타인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약이나 특효약이라는 것도 기존의 약에 비하여 평균적으로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개인에 한정하였을 때에는 먹기 전까지는 효과가 있을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니 지인이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무작정 기존에 먹던 약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동일한 약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고 못 보는 경우도 있다. 평이 좋은 약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약을 증량하여 복용하여도 약 효과가 기대만큼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경우 동일한 계열의 다른 성분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약 자체를 바꾸는 행위를 스스로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의약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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