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개심사 백일홍

 

가라, 가서 실컷 울어라

개심사 백일홍나무 아래서 통곡을 해라

빨간 꽃 뚝뚝 떨어지는 백일홍 나무 밑

네모난 연못 외나무다리 건너

상왕산 마루에 대고

북북 소리쳐 보라

흘리고 쏟아내 후련해지거든

바람 물결 눕는 직사각 연못을 보라

진흙 속 뿌옇게 물 흐리는 개구리를 보라

연잎에 앉아 허파로 숨 쉬는 청개구리 보라

올챙이가 개구리 되는 변태의 물결

천년 백일홍 꽃피고 지고

떨어져 물 위에 떠 있는 빨간 저 꽃

비바람 천둥 번개 날벼락의 고비 다 넘기더라

붉은 속 활짝 드러내 목 떨구면

연못 위 수련과 더불어 둥둥 친구 되더라

여름의 뜨거운 이별 바람 안고

개심사 앞마당 백일홍 그늘

나무 의자에 앉아 가쁜 숨 햇빛에 뉘라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詩作 노트

어둡고 습한 장맛비가 그치면 보송한 햇살 올라와 눅눅한 기분 풀어줄 거라 믿으며 여름을 견뎌야 했다. 사노라면 가슴 답답하고 억울한 일도 생기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다 풀어내며 사는 사람 몇이나 될까? 응어리진 마음 열어 개심사 오르면 붉은 꽃 피워낸 배롱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백일을 피고 지며 아픈 사연 들어주는 듯 연못에 그림자 뉘는 친구가 거기 있었다.

 

<오영미 시인 프로필>

오영미 시인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성장하였고, 충남 서산에 살고 있으며 계간 시와정신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한남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 시를 전공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시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 한남문인회, 시와정신회, 소금꽃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상처에 사과를 했다』 『벼랑 끝으로 부메랑』 『올리브 휘파람이 확』 『모르는 사람처럼』 『서산에 해 뜨고 달뜨면이 있고, 에세이집으로 그리운 날은 서해로 간다 1, 2가 있다. 충남문학상 작품상, 충남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오영미 시인 이메일 sukh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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